[사설] '핵 절대 포기 않는다' 분명히 한 北 심야 열병식

북한이 그제 새벽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신형 전략무기를 대거 공개했다.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신형 ICBM과 ‘북극성-4형’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한판 이스칸데르, 초대형 방사포 등을 내놓았다. 북한의 김정은은 전쟁 억제력이라고 했지만 한마디로 핵무기를 끝내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례적으로 자정을 넘겨 심야에 열린 열병식을 보면 북한은 변한 게 하나도 없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끊임없는 비핵화 요구에도 핵 전략무기의 고도화를 중단하지 않았다. 미국은 “북한이 금지된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우선시하는 것을 보는 것은 실망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정은이 ‘사랑하는 남녘 동포’ 운운하며 코로나 극복을 기원했지만 얼마 전 서해상에서 우리 공무원을 무참히 사살한 데서 보듯이 한국에 대한 적대감도 바뀌지 않았다.그럼에도 정부가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것은 걱정스럽고 부적절하다. 북한은 변할 생각이 없는데 우리만 적대관계를 풀자고 해서 평화가 정착되겠는가. 북한에 대한 ‘짝사랑’으론 평화도, 비핵화도 이룰 수 없다. 지난 3년여간 북한 핵문제에 관한 한 아무 성과를 얻지 못하고 지금처럼 더 악화된 상황을 초래한 것도 정부의 일방적 유화책이 실패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은 무의미하다. 북한이 핵무기를 제거하고 국제사회의 검증을 받는 조치가 있을 때라야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가능할 것이다. 이 원칙을 우리 스스로 확고히 하지 않으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북한 문제는 ‘낭만적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냉철한 국가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