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위안화에 원화도 올라탔다…1140원대 진입 '초읽기'

위안화 가치 급등·원화 강세 언제까지 갈까

中 경기 회복세…위안화 가치, 작년 5월 이후 최고
美 대선 '바이든 승리·부양책 확대' 기대감도 영향
원·달러 환율, 17개월來 최저…외환당국 개입 주목
지난 9일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이 6.7796위안으로 고시되는 등 위안화 가치가 1년5개월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위안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원화 가치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를 살펴보는 모습. 한경DB
원화 가치가 초강세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 1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급등한 영향을 받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이 한국에 최대 교역국이다 보니 원화와 위안화가 확실하게 동조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외환시장에선 중국 실물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한 데다 오는 11월 3일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 위안화 강세가 더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원·달러 환율도 조만간 달러당 1140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中 위안화 가치, 17개월 만에 최고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9일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0.0305위안(0.45%) 인하(위안화 가치 상승)한 6.7796위안으로 고시했다. 홍콩 역외시장에선 이미 6.6위안대에 접어들었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5월 후 최고치다. 위안화 환율은 지난 5~7월까지만 하더라도 달러당 7위안 안팎을 보였다.

위안화 가치가 오름세를 보이는 것은 중국 실물경제 회복세가 두드러진 결과다. 지난달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5로 전월(51)보다 상승한 것은 물론 기준치(50)를 7개월 연속 웃돌았다. 같은 달 비제조업 PMI는 55.9로 2013년 11월(56) 후 7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난 8월 중국의 소매판매가 전년 동월에 비해 0.5% 늘어나는 등 올해 처음 증가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내수회복 흐름에 따라 중국 국채를 사들이려는 글로벌 투자자의 수요가 커지는 등 위안화 환전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 기대가 커진 것도 위안화 가치에 영향을 미쳤다. 바이든 후보는 평소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對)중 관세 정책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면 미·중 갈등이 완화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더 오르는 것은 당연할 일이다.바이든 후보가 강력한 부양책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기대도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밀어올린 재료로 작용했다. 그는 대선 기후변화에 대응해 임기 4년 동안 2조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의 대선 공약을 발표했다. 제조업 공급망 확충에 4년 동안 7000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내용도 공약에 담겼다. 미국의 5차 경기부양책 규모를 놓고 바이든 후보가 속한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더 과감한 대책을 제시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바이든 후보 당선 후 재정 씀씀이를 더 늘릴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미국의 재정적자가 확대되는 동시에 달러가치는 약세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환당국 개입 나올까

위안화 가치 초강세에 따라 원화 가치도 급등했다. 지난 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4원90전 내린(원화 가치는 상승) 1153원30전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작년 4월 24일(1150원90전) 후 1년5개월여 만에 가장 낮았다. 환율은 지난달부터 이달 9일까지 34원50전이나 떨어졌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만큼 두 나라 경제의 상관관계가 깊고 그만큼 환율도 비슷한 흐름으로 움직인다.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약(弱)달러 흐름이 지속되고 원·달러 환율이 1140원대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140원 선에 진입한 것은 미·중 갈등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지난해 4월 23일(1141원80전)이 마지막이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고려할 때 1100원 초반 수준으로 가기는 어렵고 1140원까지 하락할 여지는 있다”고 전망했다.한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는 만큼 당국이 환율이 1140원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환율이 1130원까지 떨어질 수 있지만 당국이 급격한 하락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시장의 경계감이 있다”며 “이 같은 경계감이 공격적 달러 매도 흐름을 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