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③ 여의도가 주목하는 첨생법 수혜주

구자용 DB금융투자 제약바이오 산업분석 연구위원
면역항암제 ‘이뮨셀엘씨’를 자체 개발한 세포치료 전문기업 GC녹십자셀
2020년 8월부터 첨생법이 시행되면서 바이오 업계가 바짝 긴장했다. 지난 8월 28일 첨생법이 시행됨에 따라 주식시장에서는 관련 수혜주를 찾고자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시행 3주가 지난 9월 20일 현재까지 첨생법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첨생법 시행은 재생의료 연구 및 상업화의 기준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재생의료 산업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안전관리 강화를 중시하는 법률 취지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세부 사항들로 인해 첨생법으로 관리를 받는 기업들은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일부 법규는 현실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투자 관점에서 첨생법의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업의 조건을 꼽자면 기본적으로 이미 해당 분야에서 성과가 있고, 세부 사항이 개정되더라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있고, 신속처리 혜택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보유해야 할 것이다.

첨생법 수혜 놓고 시장은 아직 관망세

참고할 수 있는 성과는 기존 약사법을 근거로 허가를 받았거나, 후기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이 있거나, 첨생법과 유사한 제도를 근거로 해외에서 심사를 받은 것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첨단바이오의약품 중 비중이 높은 세포 치료제의 경우 지금까지 국내에서 16건이 판매승인을 받았다. 2019년 전체 생산실적은 783억 원으로 크지 않지만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생산실적 1위는 전체의 48%를 차지하는 녹십자셀의 이뮨셀엘씨로 375억 원을 기록했으며 메디포스트의 카티스템과 테고사이언스의 칼로덤이 그 뒤를 잇는다. 각각 면역항암제, 연골결손 치료, 화상 및 당뇨병족부궤양 분야에서 포지셔닝이 잘된 상위 세 제품의 비중이 국내 세포 치료제 생산실적의 대부분인 82%를 차지한다.

첨생법 시행에 따라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겠지만 이미 성과가 있는 기업들은 허가·임상시험·품질관리 분야에서 일정 수준에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법률 시행에 따른 변화를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허가된 세포 치료제들은 첨생법의 경과조치 부칙에 따라 2021년 8월 27일까지 재허가를 받아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생산실적 상위 기업들은 대응할 역량이 충분할 것으로 생각된다.

안전성 갖춘 제품 출시 빨라질 것첨생법을 시행하며 시장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 중 하나는 신속처리 혜택이다. 단계별 사전심사가 가능한 맞춤형 심사, 우선심사, 임상 2상 자료로 받을 수 있는 조건부 허가를 통해 빠른 상업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속처리 대상은 대체할 치료제가 없고 생명을 위협하는 암 등 중대한 질환, 희귀질환, 감염병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대부분의 국내 기업은 신속처리 대상의 질환을 표적하는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마다 역량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보유 여부만으로 수혜기업을 구별하고 투자 기회로 삼는 것은 무리가 있다. 좀 더 객관적인 판단 기준을 찾아본다면 한국보다 앞서 제도화된 해외의 첨단재생의료 심사기준에 따라 특별 프로그램으로 지정되었는지를 참고해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첨단재생의료 치료제(RMAT) 지정이 있다. 2016년 말 시행된 RMAT 제도에 따라 2017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총 146건 신청, 52건의 치료제가 지정됐다. RMAT는 가속승인, 우선심사 등을 포함한 혁신치료제(BTD)의 모든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서도 재생의료의 특성이 반영됐다.RMAT는 기존 치료의 의학적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BTD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임상적 근거를 가지고도 지정이 가능하다. 다양한 혜택의 대상이 되지만 FDA의 가이드를 기업이 활용하기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RMAT 지정이 개발의 성공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주식시장에서도 RMAT 지정 자체에 대한 기대감은 과도하지 않은 수준으로 반영돼 온 것으로 보인다.



RMAT 지정과 관련된 해외 상장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지정일 또는 지정일을 포함한 1주간 수익률에서는 RMAT 지정과 기업가치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 그러나 RMAT 제도를 잘 활용하여 긍정적인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거나 판매 승인까지 이어진 기업의 경우 인수 대상이 되거나 주가가 크게 상승했으며, 반대의 경우는 하락폭이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헬릭스미스의 유전자치료제 ‘VM-202’와 안트로젠의 줄기세포 치료제 ‘Allo-Asc-sheet’가 RMAT 지정을 받았다. Allo-Ascsheet의 RMAT 지정은 신청 건수가 증가함에도 심사가 까다로워 지정 건수가 비례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며 개발 과정에서 FDA의 지원을 잘 활용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첨단이라는 단어가 미완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첨생법은 이제 시작이다. 단기간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재생의료 분야에 특화된 법률 기반이 마련되어 관련 연구가 더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점과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제품이 시장에 빠르게출시될 가능성이 생겼다는 데 의미가 있다.첨단이라는 단어가 미완성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대상 기업들도 개발실적을 누적해가는 단계에 있다. 제도의 변화와 기술의 발전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투자는 결국 첨생법이라는 키워드보다 기업 자체의 역량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자용
서울대 천연물과학연구소, 대한뉴팜, 셀트리온화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사노피, 베링거인겔하임 등 빅파마에서 MSL(Medical Science Liaison)로 일하며 제약업계의 기술과 트렌드를 분석해왔다. 2017년에 대한민국 베스트 리포트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