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컨설팅] 비즈니스 모델, 방향성 정립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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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수 삼정 KPMG전략컨설팅그룹 헬스케어부문 상무2020년 1월 국내에서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후 언제 종식될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향후 경제전망도 밝지 않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아시아 45개 회원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9월 0.1%에서 -0.7%로 하향 조정했다. 다행히 내년 경제성장률은 6.2%에서 6.8%로 상향했다.
코로나19 정국 속 감소, 또 감소바이오·헬스케어 산업 관점에서 보면 다양한 기대감이 존재한다. 건강은 물론이고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실제로 KPMG가 29개국, 15개 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19 임팩트 조사에 따르면 제약, 의료기기, 헬스케어는 향후 성장이 예상되는 산업에 포함됐다.
하지만 기대감과 함께 코로나19가 지속되는 현재 상황에선 어려움도 있다. 의약품, 의료기기 등의 주요 수요자인 병원들의 경영이 힘들기 때문이다. 대한병원협회가 전국 병원 98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한 3월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평균 26%의 입원환자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병원보다 병원급의 환자 감소폭이 크게 나타났으며, 입원환자보다 외래환자의 감소폭이 더 컸다.
병원의 환자 감소는 의약품 사용 감소로 이어졌다. 또 재무적으로 어려워진 병원들은 의료기기, 정보시스템 등 신규 투자에 소극적이 됐다. 국내외 학회, 병원 방문 등 전통적인 대면 방식이 어려워짐에 따라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존 매출의 감소뿐만 아니라 외부 투자금 의존도가 높은 초기 헬스케어 스타트업 중에는 투자 지연 및 취소로 어려움을 겪는 곳도 생기고 있다.급속한 변화에 쉽게 흔들리지 말 것
코로나19로 인한 정부 정책의 변화, 헬스케어 산업과 기술의 지속적 융합 등으로 산업의 변화 속도가 빠르다.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 기업들은 ‘우리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하는 조급한 마음을 가지기 쉽다. 하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 때는 조금만 방향을 잘못 잡아도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고, 한번 가면 되돌아오기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들은 비즈니스 모델의 방향성에 더 집중해야 한다. 초기 기술개발에만 몰두하다 비즈니스 모델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빠른 시장진입을 위해 홍보를 서두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먼저 방향성에 따른 단계별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 이는 나침반과 같아서 내부와 외부 여건이 변화할 때 흔들리지 않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그 방향성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으로 주어진 자원을 집중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사들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고, ‘A사도 하는데 우리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또는 ‘B사도 안하는데 우리가 할 수 있을까?’ 등의 고민으로 자원과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
벤치마킹을 하더라도 방향성이 불분명하면 질문을 구체화할 수 없고, 질문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답도 모호해져 결과의 활용도가 떨어지게 된다. 헬스케어 산업의 특성상 인허가, 판매, 사용, 비용 부담 등 모두 정부 규제와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사전에 관련 규제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하지 않으면 사전에 확인해야 하는 규제를 놓쳐 뒤늦게 보완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는 대표적인 비대면 의료기기다. 예를 들어 웨어러블 심전도 기기의 방향성은 심전도 모니터링 또는 기존 홀터의 대체 여부에 따라 다르다. 심전도 모니터링의 경우에도 원내 모니터링, 잠재 환자군이나 일반인 등 외부 모니터링 여부에 따라 이후 고려사항이 다르다. 초기 기술은 유사할 수 있지만, 지향하는 모델에 따라 향후 집중해야 하는 기술개발 분야(가령 분석·판독을 위한 인공지능 등), 측정항목, 측정기간, 협업 파트너, 마케팅 전략 등이 모두 달라져야 한다.비즈니스 모델의 방향성을 구체화하라
우리 회사의 기술력이 현재 경쟁사 대비 얼마나 나은지도 중요하지만, 지향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방향이 명확하지 않다면 시장도, 투자자도 설득할 수 없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은 한정된 자원과 제한된 시간에서 시작된다. 헬스케어 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은 모두가 공감한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비즈니스 모델의 방향성을 정립하고, 그에 따라 기존 자원과 신규 투자를 최적화하는 것이 미래 경쟁력을 갖추는 첫 단추다.박경수
삼정 KPMG전략컨설팅그룹 헬스케어부문 상무.
고려대 경영대를 졸업한 뒤 한국공인회계사와 미국 회계사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 혜원의료재단 감사, 한국병원경영학회
이사, 한국헬스케어 디자인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