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업추비는 '쌈짓돈'?…새벽 일식집서 40만원 쓰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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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금지된 주말·공휴일·심야시간 지출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급 관계자들이 사용 지침과 관행을 어겨가며 업무추진비를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선관위로부터 2016년~2020년 9월 현재까지 중앙선관위 임원직의 업무추진비 세부내역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원칙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주말과 공휴일, 심야시간에 업무추진비를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2일 밝혔다.건당 50만원 이상 지출하고도 상대방 소속과 성명을 기재하지 않은 지침 위반 사례도 28건이나 확인됐다. 중앙선관위 임원직은 상임위원, 사무총장(국무위원급), 사무차장(차관급)과 실·국장 등 16개다.
특히 해당 16개 임원진은 이 기간동안 총 2911회에 걸쳐 약 6억3000만원을 업무추진비로 사용했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법정 공휴일 및 토·일요일', '관할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 '비정상시간대(23시 이후 심야시간대 등)'에는 원칙적으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없다. 출장명령서, 휴일근무명령서 등 증빙 자료를 제출해 업무추진비 사용의 불가피성을 입증하는 경우에는 사용이 허용된다.하지만 선관위는 법정공휴일과 주말에만 총 191건에 걸쳐 약 38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관할 근무지 외 지역에서 사용된 업무추진비는 총 3억원을 넘고 사용이 금지된 심야시간대(22시~익일 8시)에 결제된 경우도 총 129건, 약 2800만원에 달했다.
한 선관위 고위직 공직자는 '위원회 주요업무 설명 및 협조요청 업무협의회' 명목으로 서울 서초구 소재 일식집에서 새벽 1시26분에 사용했다. 하지만 의원실이 확인한 결과 이 음식점 마감시간은 밤 10시다. 또 비슷한 시간대에 같은 카드가 충남 천안, 경기 수원, 서울 서초구에서 연속 사용된 사례도 있었다. 오후 1시9분 경기 수원, 1시22분 충남 천안, 1시24분 서울 서초에서 결제가 됐는데 모두 동일한 카드였다.
업무추진비를 50만원 이상 사용하고도 대상자의 소속과 성명을 밝히지 않은 지침 위반도 있었다. 중앙선관위에서 건당 50만 원 이상 사용한 건수는 155건, 금액은 약 1억 3천 3백만 원이다. 한 번에 사용한 최고금액은 219만3000원이다. 100만원 이상 사용한 사례도 38건, 약 5500만원이다. 하지만 지침과는 다르게 대상자가 불분명하게 적혔고 대상자가 아예 기재되지 않은 사례가 28건에 달했다.선관위는 올해 61억6500만원을 포함해 지난 5년간 총 264억8400만원을 업무추진비 예산으로 편성했고 이 중 상임위원과 사무총장, 사무차장의 업무추진비 카드 한도는 설정돼있지 않다고 말했다.
박수영 의원은 "선관위가 업무추진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표적 사례"라며 "선관위는 자금을 투명하게 관리할 세부지침과 개혁방안을 마련해 방만 운용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