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나노 앞세운 삼성 엑시노스, 내년 점유율 반전 '시동'

스마트폰 두뇌 역할하는 모바일 AP
5나노+ARM 설계자산 '엑시노스 1080·2100' 곧 발표할 듯
올해 엑시노스 입지 줄었지만…내년 반등 예상
사진제공=삼성전자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 분야 1위에 올라서겠다고 선언한 삼성전자가 내년 초미세 공정을 무기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의 첫 5나노 칩셋 중급형 '엑시노스 1080'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중국법인 연구조직(R&D) 개발센터는 최근 웨이보를 통해 모바일 AP 신제품 '엑시노스 1080'을 조만간 공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제품은 5세대 통신(5G) 스마트폰 '갤럭시 A51·A71'에 탑재된 엑시노스 980의 후속작으로 추정된다.중급형 모바일 AP인 엑시노스 1080은 삼성전자 5나노(1nm=10억분의 1미터) 공정에서 양산될 것으로 점쳐진다. 초미세 공정인 5나노 프로세서에서 모바일 AP를 양산할 기술을 갖춘 업체는 현재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뿐이다.

이와 함께 ARM의 최신 설계자산을 도입해 성능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정보통신(IT) 매체 기즈모차이나는 "엑시노스 1080은 중앙처리장치(CPU)로 삼성전자 자체 설계자산이 아닌 ARM '코어텍스 A78' 등과 그래픽처리장치(GPU)로 '말리 G78'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ARM에 따르면 A78, G78은 전작 대비 성능이 20%, 25% 각각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발표에서 "엑시노스 1080는 중국 벤치마크(성능실험) 업체 안투투에서 65만점을 받았다"고 했다. 설명대로라면 현재 최상위 모바일 AP로 평가받는 TSMC 7나노 공정 프로세서로 생산된 퀄컴 '스냅드래곤 865'와 '스냅드래곤 865 플러스(+)'보다 점수가 높다.
삼성 '엑시노스 1080'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는 판슈에 바오 삼성전자 중국 반도체연구소 상무/사진=웨이보 캡처
그간 삼성전자 보급형 스마트폰에 들어갔던 기존 엑시노스 라인업의 성능이 경쟁사 제품 대비 다소 떨어진다는 평이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엑시노스 1080은 성능이 개선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판슈에 바오 삼성전자 중국 반도체연구소 상무는 "엑시노스 1080은 중국 제조업체 비보가 내년 출시할 'X60 5G'에만 탑재될 것"이라 했지만, 향후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1080 출시 대상을 확대해 갤럭시 중급형 5G 스마트폰 혹은 비보와 같은 다른 주문자부착생산(OEM) 업체 폰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세대 최상위 모바일 AP '엑시노스 2100'도 공개 임박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1080과 함께 5G 모뎀과 AP를 통합한 '엑시노스 2100'도 공개가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엑시노스 2100은 내년 상반기 출시가 유력한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21(가칭)' 시리즈 국내외 일부 모델에 탑재할 것으로 보이는 최상위 모바일 AP다.삼성전자의 5나노 공정 프로세서로 생산되는 엑시노스 2100 설계자산 역시 CPU와 GPU에 ARM의 코어텍스 설계도를 그대로 쓰는 '레퍼런스 칩' 전략을 택해 퀄컴이 오는 12월 발표할 차세대 주력 모바일 AP '스냅드래곤 875'와 성능을 견줄만 하다는 게 외신의 관측이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엑시노스에서 힘을 실는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 엑시노스2100이 국내외 모델에 대거 적용되면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수익성이 올해 대비 크게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10월부터 엑시노스 2100 양산에 들어갔다"며 "갤럭시S21 시리즈엔 한국과 유럽 출시제품에 엑시노스2100이 채택돼 점유율이 50%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 엑시노스, 내년엔 퀄컴 스냅드래곤 밀어낼까

올해 엑시노스의 입지는 좁아졌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그간 갤럭시 S시리즈와 갤럭시 노트 시리즈에서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 채택 비중을 5대5 수준으로 유지해왔지만, 올해부턴 칩 간 성능 격차 이슈 등의 이유로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 채택 비중이 8대2까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지난 2월 출시한 '갤럭시 S20'부터 국내 출시 플래그십 모델에 엑시노스를 탑재하던 관례도 깨졌으며, 8월 선보인 '갤럭시 노트20'에서도 유럽향 일부 모델에만 엑시노스990가 탑재됐다. 국내를 포함 미국 캐나다 등 주요 시장 대부분엔 스냅드래곤 865+가 채택됐다.

이러한 가운데 퀄컴은 최근 강화된 지위를 바탕으로 스냅드래곤 875와 5G 통신 모뎀 '스냅드래곤X60' 가격을 전작 대비 약 11만5000원(100달러) 대폭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품 단가 상승은 스마트폰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제조사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엑시노스의 성능 및 입지 강화는 삼성전자에서 AP를 설계하는 시스템LSI 사업부 뿐만 아니라 엑시노스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부, AP를 채택해야 하는 무선사업부에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한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모바일 AP 시장에서 퀄컴 점유율은 전년 동기(33%)보다 하락한 29%를 기록했다. 엑시노스를 앞세운 삼성전자 AP 점유율은 전년 대비 3%포인트 감소하면서 5위인 13% 점유율을 기록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