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트렌드] 코로나19 백신, 팬데믹 종식 가능할까?

서근희 삼성증권 헬스케어팀장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해 경제를 코로나19 이전으로 정상화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성공에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관련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많다.

국내 신풍제약의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가 코로나19 치료제로 부각되면서 6월 중순부터 9월 11일까지 주가는 633% 상승했다. 영국 바이오 기업 시네어젠의 ‘SNG001’도 코로나19 치료 효과로 당일 주가가 500% 이상 올랐다. 거품 논란도 있지만 그만큼 코로나19 종식을 바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전염병 전문가들은 백신으로도 코로나19의 종식이 불가능하며, 인류와 함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마치 독감처럼 코로나19도 인류와 함께 살아간다면 치료제뿐만 아니라 백신도 필요하다. 타미플루와 같은 치료제, 그리고 독감 백신과 같은 코로나19 백신만이 해결책이다.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코로나19 치료제인 ‘렘데시비르’의 임상 결과를 보면 렘데시비르 투여군의 치사율은 7.6%로 대조군 12.5% 대비 유의하게 개선됐다.

렘데시비르뿐만 아니라 스테로이드 치료제인 덱사메타손도 코로나19의 치사율을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 이와 같은 코로나19 치료제들이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아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치사율은 안정적으로 낮아졌다.

연내 코로나19 백신 나올까주식시장은 코로나19를 당장이라도 종식시킬 백신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단지 코로나19 백신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효과를 확신할 수 있다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업종에 대한 투자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한다면 코로나19로 정상화될 수 있는 업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헬스케어 업종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에서 바라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대감과 실제 코로나19를 종식할 수 있는 코로나19 백신 수준은 다를 것이다. 지난 8월 미국 트럼프 정부가 9월 내 임상 3상을 마치지 않은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이후 미국 내 헬스케어 업종의 주가 흐름은 횡보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안전성과 효능을 모두 요구하고 있으며,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제약사에서도 임상 3상 결과 이후 승인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임상 3상 결과가 있으면 승인해주겠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이다.
백신 개발에 자신감을 보인 백악관 초고속 개발팀 책임자 몬세프 슬라위 박사 /한경DB
즉, 연내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모더나,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노바백스 등에서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중 최소 하나 이상은 연말 또는 내년 초에 미국에서 발매될 가능성이 크다. 주식시장에서 예상한 시점보다 오히려 더 빠르게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될 가능성이 제시되면서 헬스케어 업종 주가는 전반적으로 조정받고 있다.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37개가 인체 대상으로 임상 중이며, 동물 임상 단계에서는 최소 91개 백신이 연구 중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임상 3상 결과 없이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해 일반인에게 접종하고 있다. 그중 임상 3상 중인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등은 연내 임상 3상 결과 발표 및 FDA, 유럽의약품청(EMA)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AZD1222’가 임상 3상 중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영국, 미국 등에서 임상이 중단됐다. 지금은 영국, 브라질에서는 임상이 재개됐으나 미국은 여전히 부작용의 원인을 조사 중이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함께 개발하고 있는 백신의 임상 3상 중간 결과 발표에서도 심각한 부작용이 확인됐다. 아직까지는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에서 임상 중단을 권고하지는 않았다.

이와 같은 부작용 이슈로 코로나19 백신이 연내 발매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많다. 물론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100% 성공할 것으로 확신하지 못하며, 초기 코로나19 백신은 효과가 기대한 것보다 부족할 수 있다. 효과에 논란이 있었던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와 같이 코로나19 백신도 효능이 부족할 수 있다.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나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래도 부작용에 대해서는 규제기관에서 더 면밀히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좋은’ 백신의 조건에 대하여

좋은 코로나19 백신은 개발될 수 있을까. 좋은 코로나19 백신은 70% 이상의 사람에게서 예방효과가 나타나야 하며, 집단면역을 통한 예방이 가능해져야 코로나19의 감염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주목할 만하다. 현재 GSK는 클로버, 메디카고, 사노피 등과 각각 코로나19 백신을 공동 개발해 3개 모두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GSK의 면역 보강제 매트릭스M 등을 사용했다는 점이 먼저 개발된 코로나19 백신과 차별적이며, 더 개선된 효능이 기대된다. 우선 클로버와 GSK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임상 1상에 주목해야 한다. 앞서 개발 중이던 모더나, 바이오엔테크,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임상 1상 결과 대비 중화항체의 형성 정도, T세포 반응 지속시간 등에서 우위성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된다. GSK가 비록 코로나19 백신 경쟁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GSK의 그간 백신 개발 전략에 비추어 볼 때 GSK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GSK의 대상포진 백신 싱‘ 그릭스’, 독감 4가 백신 ‘플루아릭스테트라’ 등은 경쟁사 대비 늦게 발매되었지만 효능이 우월해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로 잠재워진 약가 이슈

미국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자 간 여러 정책 공략 중 약가 인하와 관련해서 과거 대선 때와는 다른 공략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의약품 가격 인하와 관련한 정치권의 움직임은 올해 초까지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경선에서 이미 탈락한 버니 샌더슨이 주장한 국가 중심의 단일 의료보험 체계인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은 더 이상 언급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미국 내 의약품 가격은 문제가 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약가 이슈는 논외가 돼버렸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제약사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제약사에 대해 어떤 압력도 공개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했던 약가 인하 정책에 대해 화이자의 CEO인 앨버트 불라도 “코로나19 백신,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엄청난 파괴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같이 제약사의 눈치를 보는 ‘대유행’ 상황에서 약가 인하 관련 정치 공략은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을 마무리하며, 주목해야 하는 바이오는?

2020년이 4개월 남짓 남았다. 향후 글로벌 헬스케어 업종은 코로나19 백신의 개발 성공, 미국 대선과 같은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부각될 수 있는 약가 인하 이슈는 뜻하지 않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잠재워지면서 헬스케어 업종에는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코로나19로 치료제, 백신 개발업체들에 대한 관심이 증대했다.

세계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신약개발로 블록버스터급 약물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가에는 선반영됐다고 판단한다. 이제는 코로나19와 관련이 적거나,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 이후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에도 CD47, ADC에 관련된 항암제 딜, 다양한 플랫폼 기술을 가진 바이오 기업들의 IPO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새로운 종목으로의 관심이 필요하다.

최근 신규 플랫폼으로 엑소좀이 주목받고 있다. 엑소좀은 세포들끼리 물질 전달을 위해 세포에서 내보내는 작은 크기의 소낭이다. 일반적으로 약물 전달체로 나노지질 입자(LNP·Lipid Nano Particle)를 사용하는데, 엑소좀은 세포 기원의 물질로 나노지질 입자보다 훨씬 안전한 약물전달 시스템이 될 수 있다. 하반기에 엑소좀 기술을 가진 코디악 바이오사이언스가 상장될 예정이다. 지난달 9일 IPO를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

코디악의 engEXTM 플랫폼 기술은 엑소솜 표면에서 원하는 단백질을 붙일 수 있는 기술로 엑소좀을 약물전달 시스템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engEXTM 플랫폼은 단백질뿐만 아니라 RNA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등 다양한 약물에 적용할 수 있다. 코디악은 ‘ExoSTING’, ‘ExoIL12’ 등 고형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항암제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표적을 선정하는 것이다. 현재 가장 어려운 타깃 단백질은 P53이다. P53은 암 억제 단백질로 돌연변이가 생기면 P53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지 못해서 암이 발생한다. P53 돌연변이 암환자가 많지만, P53을 표적으로 하는 암 치료제가 없다. P53을 정복한 바이오 기업이 향후 블록버스터 항암제를 가질 것이다. 연내 상장 예정인 PMV 파마슈티컬스는 합성의약품 ‘PC14586’을 개발 중이며, PC14586은 돌연변이 P53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향후 임상 1상에서 PC14586을 통한 항암 효과가 입증된다면, 대규모 딜을 기대해볼만하다.
독일 뮌헨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본사 건물 / Shutterstock
엑소좀이란
세포들 간의 물질 전달을 위해 세포 밖으로 내보내는 작은 크기의 소낭. 일반적 약물
전달체보다 훨씬 안전한 시스템이 될 전망이다. 엑소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코디악
바이오사이언스가 하반기 나스닥 상장 예정이다.
서근희
생명과학과 석·박사를 취득했다.
대신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입문한 후
KB증권을 거쳐 삼성증권에서 제약 및 바이오
업계를 전문으로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