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노래하다…뮤지컬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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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잊지 말아 주십시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뮤지컬 '광주'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무대 위에 재현한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군부 정권과 맞서 싸운 시민들의 모습을 노래와 춤으로 담아냈다. 슬프고 마음 아픈 소재지만, 고선웅 연출 특유의 감각으로 무거움을 덜어냈다.
이야기는 광주에 파견된 특수부대 대원 박한수의 심리적 갈등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는 무고한 시민이 폭행당하는 참상을 목격하고 이념의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당시 가해자의 위치에 섰던 인간의 이면을 조명하면서 시대의 비극을 보여준다.
복잡한 심리변화와 고뇌를 섬세하게 표현해야 하는 만큼 배우의 열연도 돋보인다.
이런 등장인물의 감정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상황을 잘 드러내는 무대 연출도 눈길을 산다. 역사 속 스러져간 이들을 덮었던 무명천을 시민들이 찢어 머리에 동여매는 장면에서는 당시 아들을, 연인을, 친구를 잃은 광주 시민들이 결집하게 된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조명 뒤 그림자로 비치는 쫓기는 시민들의 모습은 긴장감을 높이고, 무대배경으로 사용된 탱크가 지나간 바퀴 자국은 당시 광주의 현장감을 살린다. 다만 주인공인 박한수가 극을 이끌다 보니 시민들이 계엄군과 대치하며 겪었을 아픔에는 구체적인 서사가 빠져있다. 이들의 아픔은 희생자의 죽음으로 그려지는 데 그친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대사와 노랫말을 알아듣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사와 가사가 뭉개져 들리다 보니 집중하지 않으면 탱크가 금남로에 진입하거나 언론사 건물이 불타고 있다는 상황 설명조차 놓치기 십상이다.
극 초반에 관객들이 인지했어야 하는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도 웅얼거리는 노래 속에 묻히다 보니 중요 인물을 제외하면 누가 어떤 의미를 가진 역할인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이 때문에 광주 역사의 주인공인 '시민들'은 그저 단역에만 머무른다.
작품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음악 자체가 주는 웅장함으로 관객들의 가슴을 울리지만, 그 이상을 끌어내지는 못한다.
다른 음악들도 막을 내린 뒤까지 여운을 남길 만한 강렬함을 남기진 않는다.
우리나라 민주화 역사를 조명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란 점에서 관객들의 박수를 끌어내지만, 음향, 극의 전개 등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공연은 다음 달 8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다. /연합뉴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뮤지컬 '광주'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무대 위에 재현한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군부 정권과 맞서 싸운 시민들의 모습을 노래와 춤으로 담아냈다. 슬프고 마음 아픈 소재지만, 고선웅 연출 특유의 감각으로 무거움을 덜어냈다.
이야기는 광주에 파견된 특수부대 대원 박한수의 심리적 갈등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는 무고한 시민이 폭행당하는 참상을 목격하고 이념의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당시 가해자의 위치에 섰던 인간의 이면을 조명하면서 시대의 비극을 보여준다.
복잡한 심리변화와 고뇌를 섬세하게 표현해야 하는 만큼 배우의 열연도 돋보인다.
이런 등장인물의 감정과 5·18 민주화운동 당시 상황을 잘 드러내는 무대 연출도 눈길을 산다. 역사 속 스러져간 이들을 덮었던 무명천을 시민들이 찢어 머리에 동여매는 장면에서는 당시 아들을, 연인을, 친구를 잃은 광주 시민들이 결집하게 된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조명 뒤 그림자로 비치는 쫓기는 시민들의 모습은 긴장감을 높이고, 무대배경으로 사용된 탱크가 지나간 바퀴 자국은 당시 광주의 현장감을 살린다. 다만 주인공인 박한수가 극을 이끌다 보니 시민들이 계엄군과 대치하며 겪었을 아픔에는 구체적인 서사가 빠져있다. 이들의 아픔은 희생자의 죽음으로 그려지는 데 그친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대사와 노랫말을 알아듣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사와 가사가 뭉개져 들리다 보니 집중하지 않으면 탱크가 금남로에 진입하거나 언론사 건물이 불타고 있다는 상황 설명조차 놓치기 십상이다.
극 초반에 관객들이 인지했어야 하는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도 웅얼거리는 노래 속에 묻히다 보니 중요 인물을 제외하면 누가 어떤 의미를 가진 역할인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이 때문에 광주 역사의 주인공인 '시민들'은 그저 단역에만 머무른다.
작품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음악 자체가 주는 웅장함으로 관객들의 가슴을 울리지만, 그 이상을 끌어내지는 못한다.
다른 음악들도 막을 내린 뒤까지 여운을 남길 만한 강렬함을 남기진 않는다.
우리나라 민주화 역사를 조명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란 점에서 관객들의 박수를 끌어내지만, 음향, 극의 전개 등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공연은 다음 달 8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