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은서점 노명우 "책을 '착하게' 보지 말고 '편하게' 보세요"

《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
동네책방 운영하는 사회학자의 이야기

"책이 바로 옆 친구, 이웃같은 존재 되어야
책읽기는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기준
서점 크기, 주인이 가게 책 모두 아는 수준이 딱 맞아
완전 도서정가제로 가야…아직까지 방침 공개 없어 아쉬워"
“책 읽자는 캠페인 정말 많죠?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 등등 말이죠. 그런데 과연 이런 말이 실제 통할까요? ‘누가 그걸 몰라서 책 안 읽으냐’는 반감만 살 겁니다.”

서울 연신내의 작은 골목에서 3년째 인문사회 전문 동네책방 ‘니은서점’을 운영 중인 노명우 대표(사진)는 ‘사람들이 책을 왜 안 읽을까’란 물음에 이 같이 답했다. “책을 너무 ‘착한 존재’로만 떠받드니 독자들이 책에 가까이 가길 꺼린다”며 “바로 옆에 살면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친구, 이웃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니은서점 만 2년을 맞아 신간《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클)을 냈다. 사회학자이자 대학교수로 지내다가 책방 주인이 되기로 결심한 사연, 서점을 내기 위해 동네 부동산을 찾아 다니며 터득한 현장 상권, 하루에 손님이 단 1명도 없는 ‘빵(0) 권 데이’, 망하지 않으려고 연마 중인 ‘책 파는 기술’, 대형 서점과 동네 책방의 차별적 공급률(출판사가 서점에 책을 공급하는 정가 대비 비율), 책을 잘 팔기 위해 내놓았던 사은품이 더 인기가 많아지는 ‘이 망할 놈의 굿즈’ 등 서점이라는 자영업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는 지난 9월 14일 인터뷰에서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가 아닌 철저히 니은서점 주인장으로서, 니은서점에서 책을 추천하고 안내하는 ‘마스터 북텐더’로서 대화를 나눴다. 책과 함께, 책방 손님들과 함께 늙어가고 싶다는 노 대표와의 1문 1답이다.

▷니은서점이 3년차를 맞았습니다.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습니다.
▶“반갑죠. 사실 이번 책 쓰고 난 후 체력적으로나 마음으로나 꽤 힘들고 우울했어요. 학자로서 책 쓰고 읽는 것과 서점 주인으로서 책 쓰고, 읽고, 파는 건 다르거든요. 아무래도 제가 이 서점을 만들고 운영해 온 과정을 담은 것이라서 여운이 더 오래 가는 것 같아요.”▷“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책은 무슨 책이냐”라는 말 많이 듣습니다.
▶“맞아요. 책 없어도 살 수 있죠. 그런데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면 어떨까요. 생존에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목록으로 만들어 보면 후자가 ‘인간이 인간으로서 살게 만드는 것’인 경우가 많아요. 의식주를 기준으로 책을 보면 책이 필요 없죠. 그런데 사람이 사람답게 살도록 만드는 수단으로서 책은 결코 빠뜨릴 수 없어요. 빠져서도 안 되고요.”

▷사람들이 왜 그토록 책을 어려워한다고 보십니까.
▶“책을 너무 숭배해요. 책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수단인데 그 수단 자체가 지나치게 신성시되고 있습니다. 책은 원하는 콘텐츠로 독자를 데리고 가는 중간 다리 역할이잖아요. 그런데 사회 전반에서 책을 거룩한 존재, 손에 닿기 어려운 존재로 보니 독자들과 오히려 멀어진 게 아닌가 합니다.”

▷책을 이미 많이 읽고 있는 독자들과 책을 전혀 접하지 않은 잠재 독자들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책은 외부에서 억지로 읽으라 해서 팔리는 게 아니라서요. 책을 능동적으로 읽게 만드는 계기가 필요해요. 그 계기를 마련해 줄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죠.”▷3년차를 맞은 니은서점은 어떤 공간이라 생각하세요.
▶“그걸 정의하긴 아직 이르다고 봐요. 최소 10년차에 접어들었을 때 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때쯤 되면 저도 서점 주인으로서 경험이 쌓일 것이고, 함께 일하는 북텐더들도 더욱 성장할 겁니다. 현재 통계상으로는 독립서점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그런데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2년도 안 되어 폐업하는 곳이 부지기수입니다. 문을 연지 2년 된 책방이 200개란 것과 역사가 20~30년 된 서점이 200개란 게 어떻게 같겠어요. 동네책방, 독립서점이 붐을 일었다는 표현은 잘못됐다고 봐요.”

▷지금 니은서점은 10평(약 33㎡) 남짓 크기인데요. 동네책방으로서 가장 적당한 크기는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제 경우엔 책방 주인이 자기 서점에 있는 책에 대해 전부 다 설명할 수 있는 범위라고 생각해요. 대형 서점의 경우 도서검색을 해야만 책의 제목과 위치를 찾을 수 있죠. 서점 주인이 손님들과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게 동네책방의 유일한 장점이라고 봅니다.”

▷‘서점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제일 크게 들 때는 언제인가요.
▶“작가와 독자들을 위한 북토크를 열 때입니다. 공간이 작다 보니 작가와 독자가 북토크 행사에서 서로 어떻게 호흡을 주고받는지 온전히 느낄 수 있어요. 작가와 독자 사이에 일종의 무한의 우주가 형성되는 느낌이거든요.”▷이 골목에서도 이젠 주민들과 많이 친해지셨겠어요.
▶“그럼요. 앞으로 더 오래 오래 해서 이 곳의 터줏대감이 되고 싶단 소망도 있어요. 저희 동네 단골 손님 중에 자녀를 데리고 온 분이 있었어요. 그 땐 아이의 한글 교재를 사러 오셨죠. 요즘엔 그 아이가 한글을 다 떼서 도라에몽 만화책을 사러 와요. 그 아이에게 니은서점이 오랫동안 행복한 추억이자 인생 경험이 됐으면 해요.”

▷11월이 도서정가제 재개정 시한입니다. 서점 주인으로서 어떻게 보세요.
▶“완전 도서정가제로 가야죠. 그건 저뿐만 아니라 모든 동네책방 주인들의 공통된 의견일 겁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완전 도서정가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재개정 내용을 기다리고 있죠. 자영업자로서 아쉬운 건, 정부와 출판계 모두 도서정가제 재개정 관련 내용을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와야 자영업자 입장에선 그에 대비할 수 있으니까요. 잘 해결되길 기대합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