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척거리는 녹조덩어리 걷어 올려보니 시궁창 냄새 '풀풀'

서화천 유입되는 옥천 추소수역 대청호 진녹색 호수로 변해
인부 투입해 악취나는 찌꺼기 걷어내고 조류제거선·수차 가동

"호수 가장자리에 곤죽처럼 응어리진 녹조 찌꺼기가 가득합니다. 앞으로 열흘은 더 걷어내야 할 거 같아요"
12일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와 지오리 대청호 수역에서 박찬훈(67) 옥천 자연보호협의회장은 악취가 풀풀 풍기는 녹조 찌꺼기와 잡목을 걷어내고 있었다.

찬 이슬이 맺힌다는 절기인 '한로'(寒露)가 지났지만, 충청권 식수원인 대청호를 뒤덮은 녹조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녹조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 남조류나 클로로필-a가 과다 번식하면서 발생한다.

장마와 태풍이 지나간 후 인·질소 등 영양염류가 과다 유입되고 수온이 25도를 웃돌 때 왕성하게 번식하는데, 악취를 일으키고 물고기를 폐사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호수 가장자리인 이곳 서화천(옛 소옥천)에는 녹차 가루를 뿌려놓은 것처럼 진녹색의 녹조찌꺼기가 둥둥 떠다녔다. 멀리서 보면 호수라기보다 흡사 잔디밭에 가까운 모습이다.
이곳은 금강지류의 물이 대청호로 유입되는 지점인데, 대청호에서 가장 먼저 녹조가 발생하고 가장 늦게까지 남는다.

지난해에는 12월 초까지 녹조가 관측됐다고 한다. 대청호 수질 관측지점 중 청주 문의수역의 남조류 세포 수가 지난 5일 '경계' 단계인 2만2천976cells/㎖까지 치솟았지만, 이곳은 측정조차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하천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한 치 물속도 구분하기 힘들 만큼 혼탁한 데다 녹조찌꺼기가 응어리져 질척질척한 진흙 같았다.

박 회장은 이 곳에서 다른 근로자들과 함께 곤죽처럼 변한 녹조덩어리를 걷어내는 데 여념 없었다.

벌써 여러 날 이어지는 작업이다.

이날 오전 호수에서 퍼 올린 녹조덩어리와 썩은 잡목이 트럭에 가득 찰 정도였다.
녹조찌꺼기는 부패할 때 심한 악취가 나는데 박 회장이 모아 놓은 포대에서는 시궁창 냄새가 풀풀 풍겼다.

한국수자원공사 대청댐지사는 서화천이 대청호로 합류되는 추소수역에 조류제거선을 투입하고, 공기를 주입하면서 물을 순환시키는 수차(수면 포기기) 20대를 가동하고 있다.

대청댐지사 관계자는 "서화천 상류의 축사나 하수처리장에서 영양염류가 과다 유입되는 데다가 이 하천의 물이 대청호 본류와 제때 합류하지 못한 채 140일 넘게 고여 있는 탓에 녹조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대청댐지사는 효과적인 녹조 제거를 위해 추소수역에서 '수중 흡입식 녹조 회수설비'를 시험 가동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