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서 여성 히어로물 떠올려…소설과 다른 재미 발견하길"

넷플릭스 화제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이경미 감독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6부작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사진)이 지난달 25일 공개된 이후 꾸준한 관심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공개와 동시에 한국을 비롯해 베트남, 대만, 싱가포르 등 7개 국가에서 시청률 상위 10위권에 진입했다. 정세랑 작가의 원작 소설도 서점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보건교사 안은영’ 특별판(민음사)이 이달 들어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주요 서점의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올랐다.

이경미 감독
드라마를 연출한 이경미 감독은 최근 기자와 만나 “여성 히어로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재료가 소설에 많이 있어 영상화하고 싶었다”며 “자신의 능력과 운명을 그다지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 않는 미완성의 히어로가 끝내 소명을 받아들이는 성장 드라마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영화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등을 제작한 이 감독은 원작 소설을 쓴 정 작가와 대본을 공동 집필했다. 드라마는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보건교사 안은영(정유미 분)의 이야기를 독특한 영상으로 풀어냈다. 은영은 젤리를 보는 자신의 능력이 귀찮고 싫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와 학생들이 위험에 처하고, 은영은 한문교사 홍인표(남주혁 분)와 함께 이들을 지키려고 애쓴다.

소설과 달리 드라마에선 은영이 순간순간 광기 어린 모습을 보여준다. 이 감독이 연출했던 영화 속 캐릭터들과 비슷하다. “작품을 만들 때 주인공이 광기를 띠었으면 좋겠다고 의도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제가 모니터를 통해 캐릭터를 봤을 때 재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반영된 것 같아요. 이 작품을 위해 처음 만난 정유미 씨가 ‘고장난 인형’처럼 잠깐 웃은 적이 있어요. 그 웃음이 좋아서 드라마 속 은영의 얼굴로 만들었죠.”사람들의 ‘욕망의 잔여물’인 젤리를 다양한 모양으로 구현한 것도 화제가 되고 있다. “젤리 특유의 말캉하고 귀여운 느낌과 징그러워서 만지기도 싫은 극단의 감정을 같이 담으려고 했습니다. 문어와 벌레 등 여러 생물체를 참조해 제조했죠.”

이 감독은 소설과 다른 재미를 드라마 속에서 많이 발견하길 바란다고 했다. “소설을 읽으신 분들이 영상을 보고 ‘이런 재미도 있을 수 있구나’ 하고 즐겨주길 바랍니다. ‘소설도 재밌고, 드라마도 재밌다’는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