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봉쇄는 피하자'…영국, 코로나 대응 3단계 시스템 도입

감염률 따라 각각 다른 제한조치 적용…리버풀, 펍 등 술판매 금지
존슨 "몇 달 간 이 나라 시험에 들겠지만 함께 이겨낼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잉글랜드 북서부 리버풀시의 펍과 바의 술 판매가 금지된다. 그레이터 맨체스터 등에서는 실내에서 다른 가구와 만나는 것이 제한된다.

12일(현지시간) 스카이 뉴스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하원에 출석해 이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코로나19 대응 3단계 시스템을 발표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오전 긴급안보회의인 코브라회의를 주재해 새 시스템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했다. 정부는 그동안 지역별로 제각각 내려진 봉쇄조치를 보다 단순화하고 효율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이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영국의 코로나19 대응은 지역별 감염률에 따라 '보통'(medium), '높음'(high), '매우 높음'(very high) 등 3단계로 구분해 적용된다.

'매우 높음' 지역에서는 실내는 물론 야외 정원 등에서도 다른 가구와의 만남이 금지된다. 펍과 바는 술 대신 음식만 판매할 수 있다.

정부는 '매우 높음'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반대의 경우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체육관이나 카지노 등의 여가시설 폐쇄 여부는 지역당국이 결정하도록 했다. 다만 학교와 대학은 물론 비필수 상점 등도 계속 문을 열도록 했다.

존슨 총리는 지역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리버풀시를 '매우 높음' 지역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그레이터 맨체스터, 버밍엄, 노팅엄셔, 이스트 체셔, 웨스트 체셔, 하이 피크 지역 일부는 '높음' 단계가 적용된다.

이들 지역에서는 실내에서 다른 가구와 어울리는 것이 금지된다.

대부분 이미 지역 봉쇄조치가 내려진 곳들이다.

잉글랜드 나머지 지역은 '보통' 단계로 분류됐다.

기존에 적용하고 있던 6명 이상 모임 금지, 펍과 식당 오후 10시 이후 영업 금지 등의 조치가 유지된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제2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최근 3주간 확진자가 4배 급증했고, 입원환자는 전국 봉쇄조치가 내려진 3월 당시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존슨 총리는 이같은 가혹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제2 봉쇄조치를 적용하는 것은 올바른 대책이 아닐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봉쇄조치로 학교를 닫으면 어린이들의 교육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경제 손상 역시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존슨 총리는 국민이 코로나19 제한조치에 지쳐있는 만큼 정부가 바이러스 확산을 통해 집단면역을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일축했다.

그는 향후 몇 달 간 이 나라가 시험에 들 것이라며, "우리가 함께 이를 이겨낼 것이라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리시 수낙 재무장관, 크리스 휘티 최고의학보좌관 등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에 이같은 조치를 설명할 예정이다.

하원은 3단계 대응 시스템 승인 여부를 놓고 표결할 계획이다. 이날 영국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1만3천972명, 신규 사망자는 50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