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용대출·주담대 금리 '꿈틀'…영끌·빚투 제동 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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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자금조달 사정 나빠지고
금융당국 '속도조절' 요구 겹쳐
5대銀 신용대출 금리 年 2~2.4%
8월보다 0.2~0.3%P 높아져
금리인상분 3개월간 서서히 반영
기존 대출자 연말 돼야 체감

신용대출 금리 꿈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올 들어 줄곧 하락세였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0.5%까지 낮춘 여파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직전인 지난 1월 국민은행이 취급한 개인신용 1~2등급 금융 소비자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2.91%였다. 7월엔 연 2.26%로 0.65%포인트 내려갔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이 기간 신용대출 취급 금리는 각각 0.91%포인트, 0.65%포인트 낮아졌다.
은행들은 자금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이 신용대출 금리를 산정하는 기준(기본금리)인 금융채 금리는 최근 바닥을 치고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년짜리 금융채 기준금리는 8월 6일 연 0.77%로 최저점을 기록한 뒤 지난 12일 기준 0.91%로 상승했다.
하지만 금융채 인상 때문만은 아니다. 금융채 금리가 오른 만큼인 0.14%포인트의 상승폭 이상으로 신용대출 금리가 오른 것은 각 은행이 우대금리를 없애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우대 금리 폭을 조정했다. 지난 6일 우리은행은 우리 원(WON)하는 직장인대출과 우리 주거래 직장인대출 등 대표상품의 우대금리를 최고 0.40%포인트씩 낮췄다. 재직기업, 결제실적, 급여이체 등 실적에 따라 제공하던 인하폭을 줄인 것이다. 하나은행은 7일부터 하나원큐 신용대출의 한도를 2억2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췄다.
오름세 시작된 주담대 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름세가 더 확연하다. 주담대 상품 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지수) 하락세가 멈출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추석연휴 직전인 9월 29일 5대 은행이 취급한 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 최저금리는 연 2.23~2.69%를 기록했다. 한 달 전인 8월 28일 취급하던 연 2.04~2.53%에 비해 은행별로 0.19~0.33%포인트 오른 셈이다.
8월 말 업계 최저인 연 2.04%짜리 신규 코픽스 주담대를 취급하던 농협은행은 한 달 새 0.19%포인트 금리를 높였다. 신한은행 주담대 최저금리는 연 2.36%에서 2.69%로 가장 많이 올랐다. 은행별로 우대 구간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확연하다는 분석이다.5대 은행 중 9월 한 달 새 금리를 내린 곳은 우리은행이 유일했다. 9월 코픽스가 발표되는 이달 중순 이후엔 우리은행도 금리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픽스란 국내 8개 은행의 조달 비용을 가중평균한 값으로, 예·적금의 반영 비율이 약 80%로 가장 높다. 예적금 금리가 더 이상 떨어지고 있지 않은 데다 코픽스에 약 10% 반영되는 금융채 금리도 보합 혹은 소폭의 오름세를 나타내 9월 코픽스가 ‘반등 전환’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빚 많이 냈던 개인 영향은?
은행들의 금리가 상승세를 탄다면 기존 대출자의 경우 이자 부담이 서서히 늘어난다. 신용대출 금리는 은행별로 금융채에 연동해 3~12개월마다 다시 책정된다. 주택담보대출(변동형) 금리도 기존 대출자에겐 3개월간 서서히 인상분이 반영된다. 최소 연말은 돼야 금리 인상이 체감된다는 얘기다.하지만 신규 대출자들은 새로 책정된 금리가 바로 적용된다. 전문가들은 이른 시일 내 자금이 필요한 소비자라면 미리 대출을 받아놓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규제에 따라 신용대출을 더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대출을 줄이려면 금리를 높이는 게 가장 효과적이고 빠르다. 주담대에도 우대금리 축소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