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호영도 "불같이 화냈다"는 야당 경선위,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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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위원장의 조직 관리 첫 시험대지난 12일 제 1 야당인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목이 집중된 뉴스는 단연 당의 경선준비위원회 출범 기사였다. 국정감사 시즌에 정치 현안으로 떠오른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이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 미복귀 의혹 사건’도 뒷전이었다. 황교안 대표 시절 총선 후보 공천을 ‘호떡 뒤집듯’ 번복했다 선거에서 무참하게 패배한 게 불과 반년 전 일이다.당의 실무진이 이런 저런 위험을 경고했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사진)은 이날 경선준비위원장으로 내정됐던 유일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인사를 철회하고 3선 의원인 김상훈 의원을 대신 임명했다. 당 안팎에선 2인자인 주호영 원내대표가 인사 번복을 주도했다는 설이 파다하게 퍼졌다. 하지만 주 의원은 13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인사가 번복됐다는 사실을 나중에 (김선동)사무총장에게 전해 듣고 불같이 화를 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친박이 경선 주도한다’는 당내 비판에 김종인 인사 전격 번복
뒤늦게 들은 주호영 원내대표엔 “인사 번복 주도했다”는 루머
30~50대 골고루 포진, 중진 대신 변화 주도할 새인물 찾을 듯
◆당 실무진이 주도한 경선준비위 인사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당내 현안을 처리할 때 가장 우선 순위에 두는 게 인사 문제다. 김대중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직’을 제안받고 “청와대 경제수석을 바꾸면 받아들이겠다”고 응수, 결과적으로 입각에 실패한 일화가 잘 알려져 있다. 2016년 더불어민주당의 비대위원장 시절 당의 실세인 친노그룹과 틀어진 결정적인 요인도 공천 인사 갈등때문이었다. 그런 김 위원장이 국미의힘 경선준비위 인선은 김선동 사무총장을 비롯한 당 실무진에게 대부분 위임한 것으로 전해졌다.상황이 반전된 것은 유일호 전 부총리가 경선준비위원장으로 내정됐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외부에 알려지고 나서부터다. 박근혜 정부 때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한 유 전 부총리가 ‘경선룰’을 관리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가 발단이 됐다. 당내 ‘친박 인사’들이 다시 결집하려 한다까지 얘기까지 돌았다. 이런 루머들을 확인한 김 위원장이 회의 당일 인사를 전격 번복했다는 것이 당내 인사들의 전언이다. 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계파 정치는 한국 정치에 백해무익하다는 소신이 반영된 인사”라며 “김종인 위원장이 결정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실무진들이 “인사 번복은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호영 원내대표에 튄 불똥
인사 번복의 후폭풍은 거셌다. “지나치게 독선적인 당 운영이 구성원들의 마음을 떠나가게 하고 있다”(장제원 의원), “경선준비위원들은 서울·부산 시장 출마 포기 각서에 서명해야 한다”(정원석 비대위원장) 등 정제되지 않은 의견들도 쏟아지고 있다. 당장 주호영 원내대표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인사 번복을 주 대표가 주도했다는 루머때문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경선준비위원장이 원외 인사에서 원내로 바뀌었고 김상훈 의원이 주 대표와 같은 TK(대구·경북)라는 점 때문에 김종인과 주호영의 불화설도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당내 경선룰과 보수 통합 등 정치 현안을 놓고 그동안 김 위원장과 주 대표가 보인 의견차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됐다. 하지만 복수의 당 관계자는 “주 대표가 경선준비위원장 인사 번복 사실을 나중에 전해들었은 게 팩트”라고 확인했다.◆향후 경선룰 가늠자
당내에선 이번에 새로 꾸린 경선준비위가 앞으로 적지 않은 당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당연직(부위원장)으로 들어간 김선동 사무총장을 뺀 나머지 10명 위원들의 평균 연령은 52세다. 국민의힘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30대~50대 중반 전문가 그룹으로 채워졌다. 현역 의원의 경우 다선 의원들이 배제되고 초선 중심으로 꾸려졌다. 경선준비위의 한 관계자는 “다선 의원이 들어오면 수평적인 의사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고 전했다.비례대표 출신인 최승재, 조수진 의원은 각각 소상공인과 언론 전략에 강점을 갖췄다. 박수영, 황보승희 의원의 지역구가 부산 출신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재·보궐선거에서 현역 중진보다는 새 인물을 선호하는 김 위원장의 그간 발언과 맥이 닿는다는 분석이다. 최고령인 신동우 전 의원은 김 위원장이 직접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시 출신으로 서울시정 경험이 많고 정무감각도 겸비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서울 시장 선거에서 핵심 참모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탄핵 사태 이후 취약해진 당내 조직 기반을 재건하는 역할도 경선준비위가 고민해야 할 대목”이라며 “재·보선 결과가 좋게 나온다면 경선준비위가 대선기획단으로 확대개편될 수 있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