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저임금 실태 조사·연구하지 마라" 황당한 양대 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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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편향 일방적인 연구 용역""최저임금위원회는 현재 진행 중인 정책연구를 당장 중단하라"
노동계, 13일 최임위에 항의 공문
양대노총, 최임위 비판 공동성명도
"심의 자료 생산은 최임위 기본역할
참여 요구는 거부한 채 몽니" 지적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13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보낸 공문 내용이다. 통상 연초부터 7월까지는 차기년도 최저임금을 심의 결정하고, 하반기에는 정책연구 등 후속과제를 이행하는 최임위에 노동계가 '업무 중단'을 요구한 것이다. 한국노총은 앞서 6일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함께 최임위의 정책연구를 비난하는 공동성명을 내기도 했다. 양대 노총은 성명에서 "노동계가 연구과제 추진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예산 소진을 위해 일방적으로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연구과제 중 최저임금 적용 사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는 향후 최저임금 결정에 사업주의 지불능력을 고려하기 위한 것으로, 향후 심각한 노사갈등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용자 편향적인 최임위의 행태에 앞으로 조금도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도 놨다.
최임위는 지난 8~9월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임금실태 분석 △최저임금 적용 사업체 실태조사 △최저임금 적용 효과 조사 △데이터 발굴 및 관리체계 구축 등 4개 주제의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경제활동인구조사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등으로 이원화돼 큰 편차를 보이는 현행 최저임금 미만율 통계의 일원화, 취약 사업장의 최저임금 대응 실태 파악 등이 주요 목적이다. 또 최저임금 관련 통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통계청 개선과제 이행 의미도 있다.
당초 이 연구는 지난해 12월 노·사·공익위원 대상으로 연구과제 수요 조사를 거쳐 2~7월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도 수차례 연구 필요성이 제기된 사안이다. 그 과정에서 노동계의 요구로 논의가 보류됐다가 최임위는 지난 7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마치고 연구용역을 재추진했다. 최임위는 노사 양측에 모두 참여를 제안했으나 노동계는 거부했고, 경영계만 참여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경영계만 참석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최임위는 "노사 참여 없이 연구결과를 내부자료로만 활용하겠다"며 용역을 발주했다. 노동계의 요구는 전례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내년 최저임금이 1.5% 인상에 그친데 대한 항의의 연장선일 수 있다.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연구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 심의 뿐만 아니라 본연의 업무인 정책연구를 중단하라는 것은 노동계의 몽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최임위 공익위원은 "보다 합리적이고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한 최저임금 심의 자료 생산은 최임위의 기본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최임위는 노동계 반발에도 이미 연구용역을 발주한 만큼 정상적으로 진행해 오는 12월 연구결과를 받기로 했다. 최임위 관계자는 "노동계가 우려하는 만큼 사업주 뿐만 아니라 근로자 의견도 같이 수렴하고, 현장실태 조사에 있어 코로나19 변수를 제거하는 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