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땐…국민연금, 423社에 '입김' 더 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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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업 통제' 강화 우려국민연금이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는 400개 이상으로, 다섯 곳 중 한 곳 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2대 주주로 있는 상장사는 171개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민연금의 ‘기업 통제’ 권한 역시 훨씬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 등 지분 3% 넘게 보유
감사위원 선출 개입도 가능
13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3% 이상 주식을 보유한 상장사는 423개다. 이는 국내 2043개 상장사의 20.7%에 해당한다. 국회에 제출된 상법 개정안은 지분 1~3%를 확보하면 단 3일 만에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법 개정 후 국민연금은 이론적으로 주주 제안부터 이사·감사 해임청구, 회계장부열람청구 등(지분율 3%)이 당장 가능해진다.지금까지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은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민연금은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쪽으로 기조가 바뀌었다. 지난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투자 목적에 ‘일반 투자’를 신설하면서 경영 개입의 길을 열어뒀다. 단순 투자와 달리 일반 투자 땐 주주제안,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등의 주주권 행사가 가능하다. 국민연금이 일반 투자로 목적을 변경한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카카오, 셀트리온, 롯데쇼핑 등 75개사다.
재계에서는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 3% 제한마저 이뤄지면 국민연금을 통한 정부의 경영 개입이 사실상 합법화되는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국민연금이 2대 주주로 있는 171개사에 대한 영향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롯데쇼핑은 최대주주인 롯데지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지난 6월 기준)이 61.89%다. 국민연금은 지분 6.10%를 보유한 롯데쇼핑의 2대 주주다. 현재는 최대주주가 지분을 과반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뜻과는 상관없이 최대주주가 원하는 감사위원을 선출할 수 있다. 하지만 상법이 개정되면 감사위원 분리선출 때 롯데쇼핑 최대주주와 국민연금은 동일한 영향력을 갖는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3%로 합산해 계산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동의하지 않으면 분리선출 대상인 감사위원을 두고 롯데쇼핑은 표 대결을 벌여야 한다.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우회적인 방법으로 사모펀드나 시민단체 등을 통해 원하는 후보자를 주주제안으로 추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국민연금이 감사위원을 선택할 권리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도 비슷하다. 카카오의 최대주주인 김범수 의장(14.51%)과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25.75%다. 국민연금은 카카오의 2대 주주로, 9.17%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카카오와 국민연금은 과거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