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피하자"…외딴섬 무급 채용공고에 수천명 몰린 사연

이탈리아 지중해 외딴섬의 구인광고에 3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사진=게티이미지
이탈리아 지중해 외딴섬의 구인광고에 3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려 화제다.

12일(현지시간) 영국의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북쪽 에올리에제도 리파리섬에 거주하는 루이지 마자 씨(35)는 자신이 운영하는 작은 농장에서 일손을 도울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를 최근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구인 조건으로 월급은 주지 못하지만 음식과 포도주, 무선 인터넷이 갖춰진 작은 방을 제공한다고 안내했다.

외딴섬인데다 무급인 점을 고려하면 지원자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문의가 쇄도했다.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 등에서 3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마자 씨는고심 끝에 이탈리아와 프랑스 출신 커플을 채용하기로 했다.

채용 결과와는 관계없이 마자 씨는 일부 지원자의 지원 동기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특히 심각했던 이탈리아 베르가모 출신의 젊은 남성은 "(코로나19로) 모든 것을 잃었다. 심한 분노와 밀실공포증을 겪고 있고, 베르가모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지원동기를 밝혔다.

한 일본인 커플은 이탈리아에 왔다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통제로 일본에 돌아가지 못해 발이 묶였다. 이들은 귀국 계획을 접고 유럽 대륙을 조금씩 돌아보며 그때그때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해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마자 씨는 "지원 사유 중 많은 경우가 코로나19에 대한 우려와 직결됐다"면서 "아파트 안에 또다시 갇힐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생동하는 도시와 환경, 먹거리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귀띔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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