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1, 2위 휩쓴 BTS의 성공 비결은 'G·T·S'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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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 1위와 2위를 나란히 휩쓸며 세계 팝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BTS는 7주째 1~2위를 달리는 ‘다이너마이트’에 이어 피처링 참여곡 ‘새비지 러브’ 리믹스 버전로 이번주에 다시 1위를 차지했다. ‘핫100’ 1, 2위를 동시 석권한 가수는 지금까지 블랙 아이드 피스와 아웃캐스트, 비지스, 비틀스밖에 없다.
BTS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수많은 요인들이 한 데 어우러진 결과이긴 하지만, 크게 보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세계인을 겨냥한 글로벌(Global) 전략과 최적의 트레이닝(Training) 시스템, 소셜미디어(Social media)를 통한 강력한 팬덤 형성이 그것이다. 이를 ‘G·T·S 전략’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싶다.
이들은 2015년 ‘I need you’로 국내 음악 방송 첫 1위에 오른 뒤 ‘쩔어’, ‘런’, ‘불타오르네’, ‘피 땀 눈물’ 등으로 입지를 굳혔다. 이를 발판으로 일본 시장에도 나서 2015년 싱글 ‘FOR YOU’로 오리콘 데일리 차트 첫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I need you’, ‘런’, ‘YOUTH’, ‘MIC Drop’ 등으로 오리콘 차트 정상에 올랐다.
한국과 일본 시장을 재패하면서 아메리카 투어도 이어갔다. 2015년 미니앨범 ‘화양연화 pt.2’로 ‘빌보드 200’에 171위로 진입한 뒤 꾸준히 차트에 오르면서 2018년 정규 3집 ‘LOVE YOURSELF’로 ‘빌보드 200’ 정상에 섰다. ‘핫 100’에는 2017년 ‘DNA’로 처음 진입한 뒤 ‘온’(4위), ‘작은 것들을 위한 시’(8위), ‘페이크 러브’(10위) 등 톱10에만 4곡을 올렸고, 마침내 ‘다이너마이트’로 대망의 1위에 등극했다. 세계 팝 시장을 염두에 둔 노랫말도 한몫했다. ‘다이너마이트’의 인기 요인 중 큰 게 영어로 이뤄진 노랫말이었다. 글로벌 팬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영어로 노래한 덕분에 라디오 방송 횟수에서 큰 성과를 이뤘다. ‘핫 100’은 앨범 판매량과 스트리밍을 기반으로 하는 ‘빌보드 200’과 달리 라디오 방송 횟수와 음원 판매량, 스트리밍 실적, 유튜브 조회수 등을 종합해 순위를 매긴다. 미국 라디오에서 한국어 노래를 내보내기 쉽지 않기 때문에 방송 점수는 그동안 K팝 가수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해왔다.
22쪽 분량의 이 보고서에서 연구팀은 방탄소년단의 성공과 이를 뒷받침한 빅히트 사례를 바탕으로 ‘K팝의 슈퍼스타 방정식’을 분석했다. 방시혁 빅히트 의장 등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인용해 “빅히트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은 대학 수업과 같은 형태로 개별 연습생과 논의해 최적의 스케줄을 찾는 방식”이라며 “이들은 자율성 존중과 시스템의 효율성이라는 균형 사이에서 최적의 방식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또 “어떤 음악을 좋아하고 어떻게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음악 감상 과정도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애니타 엘버스 교수의 ‘블록버스터 법칙’에 대비하면서 아티스트의 의사결정권을 존중하는 빅히트의 계약 형태와 다른 장르보다 훨씬 더 참여도가 높고 열성적인 K팝 팬에 대해서도 조명했다. 엘버스 교수는 이를 강의 교재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데뷔 과정에서 중소 기획사 소속의 한계에 부닥쳤고, 방시혁 대표가 한때 그룹 해체를 생각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 시련이 멤버들을 똘똘 뭉치게 했다. 그 돌파구 중 하나가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멤버들은 밤낮없이 콘텐츠를 올렸고, 팬들의 댓글에 일일이 답을 하면서 친밀도를 높였다. 이들이 소셜미디어에 직접 올린 콘텐츠는 방송 출연 영상과 달리 저작권 걱정이 없어 콘텐츠를 확대 재생산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미국 엔터테인먼트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는 이달 초 커버스토리를 통해 “방탄소년단이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팬들과 직접 소통한 것이 이전 그룹들과 가장 큰 차이”라며 “서양의 어떤 아티스트도 성취하지 못한 것”이라고 호평했다. 또 “BTS의 성공은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음반 회사가 가수의 팬 베이스를 어떻게 만들고 유지할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게펀 레코드 사장을 지낸 닐 제이컵슨은 버라이어티와 인터뷰에서 “BTS와 아미(BTS 팬클럽 이름) 같은 관계는 자동으로 움직이는 엔진을 만들어 히트곡이 더 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내게 된다”고 말했다.
노래의 메시지 또한 아주 좋았다. 이들은 슬픔보다 위로와 치유, 희망과 꿈을 노래하며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18년에는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유엔총회 행사장에서 전 세계 젊은이를 향한 메시지를 전했다. 당시 RM은 “여러분이 누구이든, 어느 나라 출신이든, 피부색이 어떻든, 성 정체성이 어떻든, 여러분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말했다.
BTS는 최근 인터뷰에서도 “어려운 시기인 만큼 가사에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으려 했다”며 “국적과 인종을 넘어 어필한 진심이 많은 분에게 닿아 말 그대로 다이너마이트가 됐다”고 답했다.
이런 요소들이 한 데 모여 상승효과를 이루면서 BTS는 차근차근 성장했다. 물론 이들은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이룩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해 쉼 없이 나아갈 것이다. 내일은 빅히트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다.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평가된 빅히트의 기업 가치는 약 40억달러(약 4조6000억원)에 이른다.총알까지 막아낼 만큼 온갖 편견과 억압을 넘어서겠다는 방탄소년단과 함께 이들을 키운 빅히트도 큰(Big) 기업을 넘어 위대한(Great) 기업으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성공 신화의 종결자(Terminator)로, 세계에서 가장 밝은 별(Star)로 영원히 빛나길 기원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BTS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수많은 요인들이 한 데 어우러진 결과이긴 하지만, 크게 보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세계인을 겨냥한 글로벌(Global) 전략과 최적의 트레이닝(Training) 시스템, 소셜미디어(Social media)를 통한 강력한 팬덤 형성이 그것이다. 이를 ‘G·T·S 전략’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싶다.
세계무대를 염두에 둔 글로벌(G) 전략
2013년 데뷔한 BTS 멤버들은 처음부터 서구권에 맞는 힙합 리듬과 K팝 특유의 칼군무 장점을 살리는 데 주력했다. 리더인 RM과 슈가가 연습생 이전부터 힙합에 빠진 소년이었고, 이를 활용한 퍼포먼스도 리듬과 잘 맞아떨어졌다. 2015년 발표한 ‘쩔어’와 ‘Not Today’ 역시 힙합 비트가 강한 곡이었다.이들은 2015년 ‘I need you’로 국내 음악 방송 첫 1위에 오른 뒤 ‘쩔어’, ‘런’, ‘불타오르네’, ‘피 땀 눈물’ 등으로 입지를 굳혔다. 이를 발판으로 일본 시장에도 나서 2015년 싱글 ‘FOR YOU’로 오리콘 데일리 차트 첫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I need you’, ‘런’, ‘YOUTH’, ‘MIC Drop’ 등으로 오리콘 차트 정상에 올랐다.
한국과 일본 시장을 재패하면서 아메리카 투어도 이어갔다. 2015년 미니앨범 ‘화양연화 pt.2’로 ‘빌보드 200’에 171위로 진입한 뒤 꾸준히 차트에 오르면서 2018년 정규 3집 ‘LOVE YOURSELF’로 ‘빌보드 200’ 정상에 섰다. ‘핫 100’에는 2017년 ‘DNA’로 처음 진입한 뒤 ‘온’(4위), ‘작은 것들을 위한 시’(8위), ‘페이크 러브’(10위) 등 톱10에만 4곡을 올렸고, 마침내 ‘다이너마이트’로 대망의 1위에 등극했다. 세계 팝 시장을 염두에 둔 노랫말도 한몫했다. ‘다이너마이트’의 인기 요인 중 큰 게 영어로 이뤄진 노랫말이었다. 글로벌 팬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영어로 노래한 덕분에 라디오 방송 횟수에서 큰 성과를 이뤘다. ‘핫 100’은 앨범 판매량과 스트리밍을 기반으로 하는 ‘빌보드 200’과 달리 라디오 방송 횟수와 음원 판매량, 스트리밍 실적, 유튜브 조회수 등을 종합해 순위를 매긴다. 미국 라디오에서 한국어 노래를 내보내기 쉽지 않기 때문에 방송 점수는 그동안 K팝 가수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해왔다.
최적의 트레이닝(T) 시스템
이들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네인먼트의 독특한 트레이닝 시스템도 주효했다. 이를 분석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보고서가 나와 있다. 지난 6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애니타 엘버스 교수팀은 빅히트와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케이스 스터디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온라인 스토어에 공개했다.22쪽 분량의 이 보고서에서 연구팀은 방탄소년단의 성공과 이를 뒷받침한 빅히트 사례를 바탕으로 ‘K팝의 슈퍼스타 방정식’을 분석했다. 방시혁 빅히트 의장 등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인용해 “빅히트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은 대학 수업과 같은 형태로 개별 연습생과 논의해 최적의 스케줄을 찾는 방식”이라며 “이들은 자율성 존중과 시스템의 효율성이라는 균형 사이에서 최적의 방식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또 “어떤 음악을 좋아하고 어떻게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음악 감상 과정도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애니타 엘버스 교수의 ‘블록버스터 법칙’에 대비하면서 아티스트의 의사결정권을 존중하는 빅히트의 계약 형태와 다른 장르보다 훨씬 더 참여도가 높고 열성적인 K팝 팬에 대해서도 조명했다. 엘버스 교수는 이를 강의 교재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S)를 활용한 최강 팬덤
소셜미디어 활용에 관한 한 방탄소년단의 노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방탄소년단은 소셜미디어에 일상 사진을 찍어 올리고, 멤버들이 모두 1인 크리에이터가 되어 개인방송도 적극적으로 한다. 이를 통해 팬들과 늘 밀접하게 소통한다. 초창기 무명 시절의 설움은 오히려 ‘약’이 됐다.이들은 데뷔 과정에서 중소 기획사 소속의 한계에 부닥쳤고, 방시혁 대표가 한때 그룹 해체를 생각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 시련이 멤버들을 똘똘 뭉치게 했다. 그 돌파구 중 하나가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멤버들은 밤낮없이 콘텐츠를 올렸고, 팬들의 댓글에 일일이 답을 하면서 친밀도를 높였다. 이들이 소셜미디어에 직접 올린 콘텐츠는 방송 출연 영상과 달리 저작권 걱정이 없어 콘텐츠를 확대 재생산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미국 엔터테인먼트 전문 매체 ‘버라이어티’는 이달 초 커버스토리를 통해 “방탄소년단이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팬들과 직접 소통한 것이 이전 그룹들과 가장 큰 차이”라며 “서양의 어떤 아티스트도 성취하지 못한 것”이라고 호평했다. 또 “BTS의 성공은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음반 회사가 가수의 팬 베이스를 어떻게 만들고 유지할지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게펀 레코드 사장을 지낸 닐 제이컵슨은 버라이어티와 인터뷰에서 “BTS와 아미(BTS 팬클럽 이름) 같은 관계는 자동으로 움직이는 엔진을 만들어 히트곡이 더 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내게 된다”고 말했다.
노래의 메시지 또한 아주 좋았다. 이들은 슬픔보다 위로와 치유, 희망과 꿈을 노래하며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18년에는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유엔총회 행사장에서 전 세계 젊은이를 향한 메시지를 전했다. 당시 RM은 “여러분이 누구이든, 어느 나라 출신이든, 피부색이 어떻든, 성 정체성이 어떻든, 여러분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말했다.
BTS는 최근 인터뷰에서도 “어려운 시기인 만큼 가사에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으려 했다”며 “국적과 인종을 넘어 어필한 진심이 많은 분에게 닿아 말 그대로 다이너마이트가 됐다”고 답했다.
이런 요소들이 한 데 모여 상승효과를 이루면서 BTS는 차근차근 성장했다. 물론 이들은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이룩하고 더 높은 곳을 향해 쉼 없이 나아갈 것이다. 내일은 빅히트가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다.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평가된 빅히트의 기업 가치는 약 40억달러(약 4조6000억원)에 이른다.총알까지 막아낼 만큼 온갖 편견과 억압을 넘어서겠다는 방탄소년단과 함께 이들을 키운 빅히트도 큰(Big) 기업을 넘어 위대한(Great) 기업으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성공 신화의 종결자(Terminator)로, 세계에서 가장 밝은 별(Star)로 영원히 빛나길 기원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