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위드 코로나 시대에 더 경쟁력 있는 원데이 치과 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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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치과 영업 재개로 재도약 채비치과 디지털 통합 솔루션 기업 레이가 재도약을 채비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 상반기 부진한 성적표를 제출했지만 3분기부터는 반격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8일 판교 본사에서 만난 이상철 대표는 코로나19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레이의 솔루션이 더욱 빛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스크·투명교정기 등 신사업도 기대
레이는 치과에 의료장비 및 소프트웨어 등을 결합한 통합 솔루션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치과용 진단 장비와 분석 및 3차원 출력(3D 프린터) 장비를 연동시켰다. 이를 통해 치과 치료에 필요한 촬영부터 제품 출력까지의 과정이 치과 안에서 이뤄지게 만들었다. 진단 당일 임플란트 시술에 필요한 '가이드'와 '임플란트용 임시 치아' 등을 바로 출력할 수 있다.레이 매출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나온다. 2019년 기준 국가별 매출은 중국 33%, 미국 23%, 유럽 10%, 일본 8%, 한국 5%, 기타 21%다. 중국 매출은 최근 급격히 성장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미국을 2016년부터 넘어섰다.회사는 지난달 메가젠임플란트와 525억원 규모의 콘빔씨티(CBCT)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2027년까지다. 메가젠임플란트는 레이처럼 해외 매출 비중이 큰 국내 임플란트 전문 기업이다. 그동안 치료 장비는 갖추고 있지만 진단 분야 제품군이 없어서 레이에 개발을 의뢰한 것이다. 이번 계약으로 레이는 해외 유통망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레이가 수출 위주로 성장한 것은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장비들이 5만~15만 달러의 고가고, 국내 홍보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 해외 영업에 집중했다. 국내에서는 현재 서울대 연대 경희대 등 대학병원에서 레이의 시스템을 도입했다. 높은 수출 비중은 그동안 레이가 성장해온 원동력이자 강점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상반기에 코로나19의 영향도 크게 받았다. 세계적인 봉쇄 때문이다. 치과장비 영업은 대부분 전시회를 통해 이뤄진다. 특히 레이 제품은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통합 솔루션이기 때문에 전시회를 통한 홍보 및 설명이 중요하다. 올해 코로나19로 전시회가 연이어 취소되면서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주요국의 치과 영업에도 차질이 생겼다. 중국은 지난 2월부터 3개월간 치과 문을 닫았다. 미국도 지역에 따라 한동안 영업이 중단됐다.
레이는 비대면 홍보와 신사업 전개를 통해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치과 영업이 지난 7월부터 재개됨에 따라 회사는 온라인을 통해 제품 홍보 및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치과 치료가 많은 겨울 방학을 앞두고 장비 구매가 많아지는 4분기를 겨냥한 것이다.
치과용(덴탈) 마스크 사업도 시작했다. 지난 7일 비말차단용(KF-AD) 및 수술용 인증을 받았다. 연내 유럽 인증(CE)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 시 기존 사업의 매출 감소분을 마스크로 상쇄하겠다는 전략이다. 치과용 마스크라 기존 해외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치과를 통해 지속적인 판매가 기대된다.레이의 통합 솔루션이 가진 강점은 확장성이다. 레이는 소프트웨어 및 3D 프린터용 소재도 자체 개발해 공급한다. 이를 통해 정밀 디지털 진단 장비 및 3D 프린터 등을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작년 11월에는 중국에서 투명 교정기를 출시했다. 투명 교정기는 쉽게 탈·부착이 가능한 투명한 재질의 교정 장치다. 편의성이 높고 빼고 있을 때는 교정 중인 것이 티 나지 않아 심미적인 장점도 있다.치과에서 환자의 데이터를 보내면 레이는 2~3일 내에 투명 교정기의 디자인을 완성해 다시 치과로 보낸다. 치과는 이를 3D 프린터로 직접 출력하면 된다.레이에 따르면 기존 투명 교정기 경쟁사는 제작 및 배송에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 이에 비해 레이 제품은 제작 기간이 짧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출시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적극적인 영업이 어려웠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최종 임플란트용 인공 치아까지 출력할 수 있도록 소재 개발을 계속할 예정”이라며 “치과 분야에서 최고가 된 이후에는 이비인후과 영역에서 맞춤형 보청기 등도 개발할 수 있다”고 했다.
레이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가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치과 치료는 미룰 수는 있어도 영원히 중단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치과를 덜 방문하는 쪽을 선택할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레이의 통합 솔루션은 진단 당일 임플란트 임시 치아 시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치과 방문 횟수를 줄일 수 있다.
진단부터 임시 치아 시술까지 하루면 가능
임플란트를 위해서는 우선 치조골(치아의 뿌리가 박힌 턱뼈의 일부)에 구멍을 뚫고 인공 치아의 뿌리가 될 부분을 심는다. 구멍을 뚫을 때 깊이와 각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마우스피스 모양의 시술 보조 기구인 가이드를 사용한다. 임시 치아는 최종 인공 치아를 심기 전까지(상처가 아무는 동안) 사용하는 치아 모양의 보철물이다.통상적으로 임플란트용 가이드와 임시 치아는 기공소에서 생산된다. 치과에서 본을 떠서 보내면 기공소에서 제작해 다시 치과로 전달한다. 때문에 환자들은 진단 후 임시 치아를 장착하는 시술을 받기까지 2회 이상 치과를 방문해야 한다. 기공소에서 임시 치아를 제작해 치과로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2주 이상 소요된다.
하지만 레이의 시스템은 기공소를 거치지 않고 제품을 ‘출력’한다. 진단 장비로 측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시스템이 자동으로 가이드와 임시 치아를 디자인한다. 이를 치과에서 3D 프린터로 1시간 이내에 출력해, 빠르면 하루 만에 임시 치아 장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이 대표는“레이는 지금껏 치과에서 먼저 필요로 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을 거듭해왔다”며 “미래 치과에 꼭 필요한 기술을 계속 개발해 현장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회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