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이 보여준 경영능력…기아차 '디자인경영'·제네시스출범

과감한 인재 영입에 수평적 조직 문화도 확산…코로나19에도 선전
현대차그룹의 '2인자'였던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14일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정 회장이 그동안 보여준 성과와 경영 실적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정 회장은 2018년 9월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할 당시 정몽구 명예회장을 보좌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지만, 지난 2년간 사실상 그룹을 진두지휘했다.

올해 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현대·기아차의 선전을 이끈 점은 정 회장의 경영 능력을 입증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코로나19 여파로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도 올해 초부터 GV80, 쏘렌토, G80, 아반떼, 싼타페 개조차, 카니발, 아반떼 등 경쟁력 있는 신차를 연이어 출시했다. 그 결과 9월까지 현대차는 전년 대비 6.6%, 기아차는 10.6%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미국 공장이 재가동된 3개월(6~8월)간 현대·기아차 점유율은 8.9%로 상승하며 9년 만에 최고 점유율(2011년 8.9%) 수준까지 올라섰다.

GM -1.8%P, 도요타 -0.3%P, 닛산 -1.2%P, 미쓰비시 -0.4%P 등 가동 중단 이후 시장점유율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와 비교해도 현대·기아차의 선전은 눈에 띄는 성과다. 현대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위주의 신차 출시와 최고등급 안전도 등 품질경쟁력 확보, 수출물량 조정을 통한 효율적 재고관리가 점유율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했다.

유럽 시장에서는 자동차 수요가 지난해(8월까지) 979만920대에서 올해(8월까지) 654만6천423대로 전년 동기보다 33.1% 감소했지만, 현대·기아차는 전년 대비 24.7% 감소하며 선방했다.

점유율은 6.4%에서 7.1%로 오히려 상승했다. 1999년 현대차에 입사한 정 회장은 2005년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달라진 '정의선식 경영'을 본격적으로 보여줬다.

국내 레저용차(RV) 시장 위축과 환율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기아차에 '디자인 경영'을 추진하며 활력을 불어 넣었다.

2006년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인 거장으로 꼽히던 아우디 디자인 총괄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기 위해 유럽까지 직접 찾아가 설득한 것은 정 회장의 결단력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영업 적자였던 기아차는 디자인 철학을 담은 로체, 포르테, 쏘울 등을 연이어 출시하며 흑자로 반전됐다.
세계적 금융위기를 맞은 2009년 현대차로 자리를 옮긴 정 회장은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5위 완성차업체로 성장시키는데도 기여했다.

2015년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을 진두지휘하며 현대차의 고급차 시장 진출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은 브랜드 초기 기획 단계부터 외부 인사 영입과 조직 개편까지 브랜드 출범 전 과정을 기획하고 주도했다고 현대차 관계자는 설명했다.

제네시스 G70은 미국 유력 자동차전문지인 '모터트렌드'의 '2019 올해의 차'에 선정된 데 이어 자동차 업계 최고 권위의 '2019 북미 올해의 차'를 연이어 수상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과감한 인재 영입도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정 회장의 강점이다.

2015년 합류한 BMW 출신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2018년 12월 외국인 최초로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에 올랐고, 2018년 3월 현대차에 합류한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은 신기술 개발 방향성을 정립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벤틀리 출신의 이상엽 전무와 인피니티 출신의 카림 하비브 전무도 각각 2016년, 2019년 영입됐다.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 재직 당시 정몽구 명예회장의 수소전기차에 대한 의지도 계승했다.

정 회장은 올해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 대형트럭 양산에 성공했고, 유럽 수출을 시작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전 세계에 4천987대가 팔린 넥쏘를 앞세워 수소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올해 역시 상반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3천292대의 넥쏘를 판매했다.

정 회장은 2019년 수소위원회 공동 회장에 오르며 그해 6월 열린 G20 에너지환경 장관회의에서 수소경제 사회 구현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소통·자율·책임을 중시하는 수평적 조직 문화 확산도 촉진했다.

해외 권역별 자율경영 체제를 도입해 현지 시장전략 수립과 상품 운영을 현장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유연 근무제, 복장·점심시간 자율화 등을 통해 직원 개개인의 자율성을 확대했고, 이메일 등의 비대면 보고를 통해 코로나19 시대에도 빠르게 적응했다. 직원 호칭은 매니저와 책임 매니저로 단순화하고, 승진 연차 제도도 폐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