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공무원 형 기자회견 "해경 믿었는데…수사 종결해달라"

사진=연합뉴스
북한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이 해양경찰을 믿지 못하겠다며 항의서와 함께 수사 종결을 요구했다.

유족은 "제 동생과 같이 있던 동료들이 해경 조사에서 '월북 가능성이 없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는데, 해경은 왜 월북으로 단정해 발표했나"고 항의했다. 또 해경에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동료 선원들의 진술 조서 등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청구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해상에서 북한군에게 피격된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A씨(47)의 친형인 이래진 씨(55)는 14일 오후 1시께 인천 연수구 해경청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씨는 "그간 무능한 수사당국의 갈팡질팡으로 인해 국민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며 "억울한 동생의 죽음에 명예는 땅에 떨어졌고 갈기갈기 찢어지는 아픔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고 했다.그는 동생의 월북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씨는 "당국이 발표한 38km는 20마일이 넘는 거리"라며 "이 거리를 구명동의를 입고 부유물을 붙잡고 헤엄쳐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2~3마일도 못가서 지쳐 쓰러질 것"이라며 "이끌려 다닌 시간에 이미 익사했거나 심정지 상태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유능한 해경 실력을 믿었지만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니 더는 믿기가 어려워진다"며 "조속히 수사를 종결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동료선원 9명의 의 진술 조서 등을 해경에 요구하는 정보공개청구서를 제출했다.이씨의 변호인은 "무궁화 10호 선원들이 해수부 조사 당시 '월북 가능성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해경에 말한 진술 내용과 비교하기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한다"며 "월북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경이 월북이라고 발표했는지를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답장 공개 "수색을 기다려달라"

이씨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등기를 통해 받은 A4용지 한 장 분량의 편지도 공개했다. A씨의 아들이 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의 답장이다.

문 대통령은 편지를 통해 "내게 보낸 편지를 아픈 마음으로 받았다"며 "아버지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안타까움이 너무나 절절히 배어있어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렸다"고 했다.이어 "진실이 밝혀져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한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해경의 조사와 수색 결과를 기다려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지난 8일 이씨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고영호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에게 A씨의 고등학생 아들이 쓴 편지를 전달한 바 있다.

A씨의 아들은 2쪽짜리 편지에서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현 상황을 누가 만들었으며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고 썼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