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코로나 위기로 적극적 재정정책 불가피…가계부채 증가세는 심각"[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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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저출산·고령화로 엄격한 재정준칙 필요"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14일 "지금과 같은 코로나 위기상황에선 재정정책이 적극적으로 운용되는 건 불가피하다"면서도 "저출산이 심각하고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리스크로, 장기적으로는 국가채무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억제하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가 채무가 급증하면서 국가 신용도 하락을 야기할 것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국고채 확대에 따른 시장 불안 가능성 염두"
"환율 변동성 확대 예상…수출엔 부정적 영향 적을 것"
한국은행은 이날 10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 연 0.5% 동결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5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현재 연 0.50%로 인하한 뒤 7월과 8월에 이어 3회 연속 동결이다.이번 금리 동결은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기 회복 지연 가능성이 반영됐다. 금통위는 "국내경제는 더딘 회복 흐름을 나타냈다"며 "민간소비가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미약한 가운데 설비투자 회복이 제약되고, 건설투자는 조정을 지속했다"고 밝혔다.
"엄격한 재정준칙 필요…가계부채, 금융불균형 축적시킬까 우려"
이주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재정준칙은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세우는 규범으로, 국가채무 등 재정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는 재정 운용 가이드라인이다. 정부는 지난 5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 통합재정수지 -3%를 골자로 한 재정준칙 도입을 발표했다.이 총재는 "국가 재정 운용에 필요한 자기 규율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재정준칙은 의미가 상당하다"며 "더욱이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빨라, 연금이나 의료비 등 의무지출 급증이 예상되는 만큼 엄격한 준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8년 국제통화기금(IMF)에선 효과적인 재정준칙 원칙으로 단순성 강제성 유연성을 제시했다"며 "이런 시각에서 다양한 견해가 나오는데, 앞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최선의 방안이 마련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세는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어느정도 가계부채 증가는 불가피하다"면서도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이미 높은 상황에서 증가세가 더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계대출 자금이 자산시장으로 과도하게 유입될 경우 추가적인 금융불균형 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가볍게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국고채 확대 수급불균형 초래 안 할 것…올해 성장률 -1.3% 부합"
국고채 확대가 채권시장의 수급불균형까진 초래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대규모 국고채가 순발행될 예정으로, 채권시장 수급에 부담이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내 금리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고, 채권 투자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던 우려들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이 총재는 "수급불균형에 따른 시장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을 항상 염두해 두고, 외국인 보험사 등 장기투자 기관들의 채권수요 변화와 수급 상황을 계속 지켜볼 것"이라며 "누차 언급했듯이 시장 불안엔 적시에 적극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했다. 원·달러 환율 변동성은 향후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은 9월 중순 이후 원화 강세로 가파르게 하락하며 1150원선 아래로 떨어졌다.그는 "9월 중순 이후 환율이 하락한 데에는 국내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진정되면서 그동안 원화 강세 폭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불확실성이 어느때보다 높아진 가운데 환율 변동성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판단했다.
다만 환율이 수출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주진 않을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과거보다 수출에서 환율이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최근엔 코로나 상황에 더 좌우되고 있다"며 "경쟁 상대국가는 실질 실효환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만큼 부정적 영향을 크게 볼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올해 경제성장률(GDP) 전망치는 -1.3%에 부합할 것으로 판단했다. 최근 IMF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1.9%로 기존보다 0.2%포인트 상향 조정했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분기 실적치가 생각보다 좋았고, 코로나 확산에도 불구하고 전면적인 봉쇄를 하지 않으면서 경기를 살리려는 움직임을 감안해 IMF가 전망치를 높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코로나 전개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지만, 나름대로 추정을 해보면 지난 8월에 했던 전망치 -1.3%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