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끌어올린 '엔터 대장주'…빅히트 향후 행보는

신인그룹 잇따라 준비…플랫폼·IP사업 외연확장도 가속할듯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세계적 성공을 발판으로 엔터테인먼트 업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선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가 오는 15일 코스피에 입성한다. 빅히트는 증시 입성과 동시에 '엔터 대장주'에 등극하게 된다.

공모가 기준 빅히트 시가총액은 약 4조8천억원으로 기존 '3대 기획사'로 일컬어지던 JYP·YG·SM의 합산 시가총액을 훌쩍 뛰어넘는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전통적인 3대 기획사 구도가 사실상 의미를 잃어버린다고도 할 수 있다. 빅히트는 이번 상장 공모로 조달한 자금으로 비즈니스 확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방탄소년단 한 팀의 경이적인 인기에다 플랫폼·지식재산(IP) 사업을 결합한 빅히트의 성장 경로는 기존 엔터산업에서도 독특한 사례여서 향후 행보를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 아티스트 다변화 공들이는 빅히트…레이블 인수도 병행할듯
빅히트는 히트 작곡가로 이름을 날리던 방시혁 현 의장이 2005년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독립해 설립했다. 한때 어려움을 겪었던 빅히트가 2011년 워크숍을 통해 전략을 재정비한 과정이 최근 하버드 경영대학원 사례연구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후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이 세계 최정상 보이밴드로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며 빅히트도 급성장했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에 80% 이상 쏠린 매출 편중이 꾸준히 과제로 지적돼 아티스트 라인업 다변화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신인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데뷔 시켜 주목받았고, 세븐틴·뉴이스트가 소속된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와 여자친구가 소속된 쏘스뮤직을 인수하며 '멀티 레이블' 체제로 몸집을 불렸다.

특히 최근 밀리언셀러 그룹 대열에 오른 13인조 세븐틴은 빅히트 레이블의 "미래 메가 IP"로 일컬어질 정도로 급성장하는 추세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보면 세븐틴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신인그룹도 잇따라 대기 중이다.

우선 빅히트와 CJ ENM의 합작 오디션 '아이랜드'로 탄생한 신인 보이그룹 엔하이픈이 연내 데뷔를 앞두고 있다.
내년에는 SM엔터테인먼트 이사 출신인 민희진 브랜드 총괄(Chief Brand Officer)과 쏘스뮤직이 신인 걸그룹을 선보인다.

방시혁 의장은 지난 8월 회사 설명회에서 "블록버스터 걸그룹이 탄생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2022년에는 빅히트 소속의 새로운 보이그룹도 데뷔시킬 계획이다.

자체 신인그룹 육성 외에 레이블 체제 확장 시도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빅히트는 최근 공시에서 "경쟁력 있는 국내외 주요 레이블 지분 인수 또는 조인트벤처 설립 등을 통한 지속적인 아티스트 포트폴리오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며 "증권신고서 제출일 현재 국내 중소 레이블 지분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일본 등 주요 음악시장에서의 현지화 시도도 주목된다.

빅히트는 "미국, 일본 현지 탑티어 레이블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현지 아티스트 발굴, 육성, 제작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 플랫폼화·IP 사업화 박차…"아직 보여줘야 할 것 많다" 시각도
빅히트는 콘텐츠 기업을 넘어 '플랫폼 기업'을 지향하겠다는 방향성을 일찍부터 내비쳤다.

아미(방탄소년단 팬)라는 글로벌 거대 팬덤을 한 곳에 결집하고 각종 콘텐츠·상품을 유통할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현재 빅히트가 지분 71%를 보유한 자회사 비엔엑스(beNX)가 팬덤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와 커머스 플랫폼 '위버스샵'을 운영하고 있다.

빅히트가 상장 과정에서 플랫폼 기업 성격을 강조하면서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자체 플랫폼을 지렛대로 한 비즈니스 확장 시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빅히트 소속이 아닌 연예인의 위버스 입점이 잇따른 것이 그 사례다.

FNC엔터테인먼트 신인 보이그룹 피원하모니와 플레이엠엔터테인먼트 걸그룹 위클리, 투애니원 출신 씨엘 등이 위버스에 둥지를 틀었다.

아티스트와 음악, 이를 관통하는 세계관을 원천 IP로 팬 상품(MD)과 영상 콘텐츠, 게임, 교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2차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빅히트 특유의 사업 전략이다.

이른바 '아티스트 간접 참여형' 사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 투어가 언제 재개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고 방탄소년단의 입대 시점도 다가오는 상황에서 이런 IP 사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빅히트는 전년 동기 대비 공연 매출이 1천300억원 줄면서 전체 매출 규모(2천940억원)도 8.16% 감소했지만, MD 및 라이선싱, 콘텐츠 매출은 늘어났다.

김현용 애널리스트는 "온라인 공연에서도 빅히트는 플랫폼을 내재화해 마진이 좋은 편"이라며 "이번 공모를 통해 유입되는 자금으로 플랫폼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더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플랫폼과 IP가 힘을 발휘하는 원천도 결국 아티스트 고유의 매력과 인기라는 점에서 빅히트가 '포스트 BTS' 기획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파급력에 아직 의문 부호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전통적 대형 기획사들은 히트 제작 시스템을 갖춰 지속적인 히트를 보여줬지만, 아직 빅히트는 그런 부분이 완전히 입증되지는 않았다"고 짚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빅히트는 전통적 방식보다 플랫폼화, IP 사업화 등의 새로운 접근으로 시장 재편을 꾀해 왔다"며 "그것이 '포스트 코로나' 국면과도 닿아 있는 만큼 새로운 판을 짜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