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현 정부, 노무현의 민주당과 달라…반성도 사과도 없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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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운동권 습성 때문"
야당에도 쓴소리 "환골탈태해야"
"여야, 신뢰 근간인 사회시스템 지켜야"
"현 정부는 연성 독재다. 정부에 입맛에 맞춘 검찰수사를, 코드 인사로 얽힌 감사원을, 정부 눈 밑에 있는 언론을 신뢰할 시민들은 없다. 사정기관들이 제 기능을 못 하도록 하는 정부는 감시의 눈을 전부 무력화시키는 것이다."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사진)가 14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트러스트포럼 창립식에서 정부와 여당을 이같이 비판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이날 '왜 신뢰가 무너지고 있나' 주제 강연에서 "현 정부는 집회 자유를 억압하고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하려 한다"며 "사회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나아가 서로 간의 신뢰를 잃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무현의 민주당과는 다르다…반성도 사과도 없어"
현 정부와 여당이 과거 정권과 민주당과도 완전히 다르다고 꼬집었다.진중권 전 교수는 "현 정부는 김대중, 노무현의 민주당이 아니다. 과거 테러 방지법 필리버스터까지 하던 이들이 코로나 검사를 거부하면 테러라는 내용까지 얹어서 (테러 방지법 개정안을) 발의한다"며 "민주당이 말하던 자유주의, 민주주의 정당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특히 민주당의 잘못된 문제 해결 방식은 과거 민주화 운동권의 습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라며 법과 질서 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그래도 이전에는 사과와 반성을 했다. 그런데 현 정권은 아예 (사과와 반성을) 안 한다"며 "민주화 운동권 습성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과거 말도 안되는 법들이 있었기에 이것을 어기는 게 정의였는데, 이런 버릇이 법과 질서를 존중하지 않도록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랬는데 기회는 아빠 찬스고, 과정은 엄마의 날조며, 결과는 부정입학"이라며 "그런데도 잘못 안 했다고 한다. 잘못했다고 하면 위조된 표창장 학교에서 해당 인물을 그냥 자른다"고 짚었다.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휴가 의혹과 관련해서도 "(국회의원) 보좌관은 사노비가 아니라 공적인 일을 하는 직무다. 그런데도 반성을 안 한다"면서 "(추미애 장관이) 무혐의니까 무관용의 원칙을 들이대고 고소하겠다며 오히려 공격한다"고 지적했다.이어 그는 "잘못된 문제 해결 방식에 언론과 진보 지식인, 시민단체 지지자까지 동원하는 것은 사회 기본 규칙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이러한 행태가 정치를 보고 옳은지 그른지를 따져야 하는 시민들이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주장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지금 여야가 하는 내 편, 남 편 가르기는 사람들의 두뇌 용량을 아메바로 만드는 행태"라고 거듭 비판했다.
"여야, 합심해 신뢰의 근간인 사회 시스템 지켜야"
보수 야권을 향해서도 문제가 많다며 "정신 차리고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그는 "보수는 변화 이데올로기를 키워야 한다. 빨갱이 공격은 이제 안 먹힌다"며 "사람들이 민주당의 대안을 찾을 때 필요한데, 지금 상황으로는 이쪽도 아니라는 판단을 하도록 한다"고 짚었다.
이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뒤로 돌아가는 보수는 수구밖에 안된다. 한국 보수가 이 덫에 걸려있는데 무너진 신뢰를 다시 세우려면 합리적으로 방안을 세워야 한다"면서 "여야 모두 합심해 사회적 시스템을 지키고 신뢰를 무너뜨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진보와 보수 모두 2008년부터 내리막길을 타는데 이번 정권 들어 급하락하고 있다. 정치 퇴행"이라며 "여야가 함께 검찰, 사법, 감사, 언론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 그것이 사회의 시스템이고 신뢰를 만드는 근간이 된다"고 역설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또 "잘못이 있으면 인정을 하고 개악이 아닌 개혁을 해야 한다"며 "진보와 보수 모두 서로 나쁜 놈이라 할 게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자가 '후진 쪽'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사회적 신뢰를 높이려면 사회적 합의를 통한 공동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