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시장 빅뱅…車금융도 '판'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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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조 중고차 금융시장 '리셋'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 진입 의사를 밝히면서 중고차 금융시장에도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현대차가 기존 영업망인 중고차 매매업자를 대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캐피털사뿐만 아니라 은행·카드사도 중고차 금융 비중을 늘리고 있어 자동차 할부금리(연 15~18%) 인하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완성차 업체 줄줄이 참여 예고
은행·카드사 車금융 비중 확대
"연 15~18% 車할부금리 인하"
할부·리스 시장 놓고 경쟁 격화
역마진 감수 금융사 나올 수도
현대캐피탈, 중고차 금융 장악할까
14일 업계에 따르면 중고차 금융시장 규모는 2018년 21조830억원에서 지난해 23조3257억원으로 10.6% 증가했다. 중고차 거래가 늘면 리스와 할부, 구매대금 대출도 증가한다.기존 중고차 금융은 캐피털사가 중고차 매매업자(딜러)를 거쳐 소비자에게 대출이나 리스 대금을 내주는 구조였다. 거래를 중개한 딜러에게는 수수료를 떼어준다. 지금까지는 딜러와 ‘네트워크’를 잘 다져놓은 캐피털사가 유리했다. 딜러에게 수수료를 많이 주거나, 수수료는 낮게 하되 물량을 많이 줘서 매매업자를 확보했다.기존 네트워크가 취약한 은행이나 카드사, 물량이 적은 캐피털사는 높은 수수료로 중고차 매매업자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다. 완성차 업체에서 받아올 수 있는 물량이 적고, 딜러들과의 연결고리도 약하기 때문이다.
중고차 매매업자 대신 완성차 업체가 나서면 문제가 달라진다. 완성차 업체가 신차를 리스·할부한 뒤 나중에 다시 가져가면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에게 풀리는 중고차 물량은 줄어든다. 중고차 물량 대부분을 완성차 업체가 가져가는 것이다. 중고차 금융을 하는 금융회사들도 완성차 업체로부터 중고차 리스·할부 물량을 가져오기 위해 영업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단연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는 현대캐피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이 중고차 금융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말했다.올해 발의된 금융그룹감독법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현대차가 현대캐피탈에 줄 수 있는 물량이 한정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 매매업을 맡게 될 현대차 계열사가 여신업을 병행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계열사 내 사업조정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할부 금리 내려갈 듯
중고차 매매업자를 완성차 회사가 대신한다는 것은 중고차 금융에 관심을 보여온 은행·카드사도 기존 캐피털사와 같은 출발선상에 서게 된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금융시장이 완전히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금융지주 계열 캐피털사의 타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연 15~18%에 달하는 중고차 대출금리는 낮아질 공산이 크다. 딜러에게 주는 수수료가 적지 않았는데 완성차 업체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이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캐피털사보다 마진을 줄이거나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역마진을 감수하면서 현대차에 낮은 금리를 제안하는 사례도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