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 장비 확보' 직접 뛴 이재용

TSMC 꺾을 핵심 무기
네덜란드 ASML과 전략적 협의

6박7일 유럽 출장 후 귀국
IOC 위원장도 만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과 김기남 삼성전자 DS(반도체부품)부문 대표(부회장·오른쪽),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최고기술책임자(CTO)가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ASML 본사에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갑(甲) 같은 을(乙).’ 반도체업계에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을 일컫는 말이다. 이 회사는 초미세공정에 필수적인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를 한정 수량만 독점 생산한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장비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6박7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14일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주요 일정은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방문이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ASML 최고 경영진과 만난 이 부회장은 EUV 장비 공급 계획, 기술 고도화 및 협력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이 부회장이 ASML을 찾은 이유는 EUV 장비의 안정적 확보가 삼성의 반도체 사업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EUV 장비를 활용하면 웨이퍼에 더 세밀하게 회로를 그릴 수 있다. 고성능·저전력·초소형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이다. ASML은 이 장비를 한 해 30~50대 정도 생산한다.

업체 간 확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10대 안팎의 EUV 장비를 확보한 삼성전자는 약 20대를 추가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초미세공정뿐 아니라 차세대 D램 생산에도 활용하기 위해서다. 파운드리 경쟁업체인 대만 TSMC는 50대를 추가로 주문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SK하이닉스도 EUV 장비를 D램 공정에 투입한다.

이 부회장의 네덜란드 방문은 ASML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다질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장비 확보와 함께 ‘장기적인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이 부회장이 ASML을 방문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이 부회장은 유럽 출장 중 스위스 로잔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바흐 위원장은 한국에 올 때마다 이 부회장을 만날 정도로 친분이 두터운 인사다. 내년 도쿄올림픽 후원 등과 관련한 얘기를 나눴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한국 기업 중 유일한 최상위 등급의 올림픽 공식 후원사다. 삼성 관계자는 “올림픽은 삼성전자 마케팅 전략 수립에 큰 영향을 주는 이벤트”라며 “이 부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올림픽과 관련한 동향을 파악한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 안팎에선 이 부회장이 연내 한 차례 더 해외 출장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 베트남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