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R로 따져보니 BBIG 주가 저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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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꿈비율' 평가방식 적용“테슬라가 도요타의 시가총액을 넘었다는 소식은 충격이었다. 하지만 테슬라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도요타의 내연기관 차 시장 점유율보다 높다는 걸 보고 이해가 됐다.”
'배터리 대장' LG화학 0.7배 불과
한투증권 'PDR 계산법' 내놔
해당 산업 전체 시장 규모와
기업의 시장점유율 근거로 산출
최근 만난 한 증권사 사장이 테슬라의 주가를 보고 한 말이다. 이렇게 기존 기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주가를 설명해줄 지표가 있다. ‘주가꿈비율(PDR: Price to Dream Ratio)’이다.그동안 PDR은 급등하는 종목을 설명하는 지표가 아니라 개념만 존재했다. 14일 한국투자증권은 PDR의 구체적 산출 방식을 내놨다.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 전체의 시장 규모와 현재 그 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지표 산출 근거로 삼았다.
미래 매출 반영하는 PDR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같은 전통적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측정 방식은 성장성이 높은 기업을 평가할 때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때 주가매출비율(PSR)이 등장했다. 이익보다 매출 자체를 중요 기준으로 삼아 성장주를 평가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이 지표도 시장 전체의 성장성을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한국투자증권은 PDR 측정을 위해 전체 시장 규모(TAM)를 적용했다. TAM은 해당 산업의 전체 시장 규모를 말한다. 시가총액을 TAM에 해당 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곱한 값으로 나눠 PDR을 산출한다. 예를 들어 시가총액 5조원 규모의 A업체가 100조원의 시장 규모인 산업 내에서 10% 점유율을 갖고 있다면 PDR은 0.5다.PSR과 비교해도 PDR이 더 유용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구글과 아마존의 상장 초기를 보면 이들의 밸류에이션 측정 기준이 됐던 PSR이 상장 초기 대비 고꾸라지는 현상을 보였다. PSR은 단기 매출을 사용하는데, 시가총액은 크게 늘어난 반면 매출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존에 성장주를 평가하던 PSR은 변동성이 너무 커 가치평가 기준으로 부적절했지만 PDR은 장기간 박스권 흐름을 보여 지표로서 활용하기가 적절하다”고 설명했다.PDR은 쿠팡처럼 시장 내 입지는 견고하지만 적자를 보고 있는 비상장사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 해당 산업의 상장사 PDR과 비교해 시장 점유율을 근거로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계도 있다. 특정 산업의 전체 시장 규모와 특정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예측 자체가 어렵다. 조사 기관마다 예측치가 달라질 수도 있다.
PDR로 분석한 BBIG
올해 한국 증시를 이끈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업종의 PDR을 계산해봤다. 한국투자증권은 그 결과 LG화학, 삼성SDI, 중국 CATL 가운데선 LG화학이 가장 저평가됐다고 분석했다. LG화학의 배터리 TAM 추정치는 62조3000억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시가총액의 85.8%를 배터리 사업부의 시장가치로 봤다. 이를 시가총액에 적용하면 PDR은 0.7배 수준이다. 같은 기준을 적용한 삼성SDI(1.1배), CATL(1.7배)보다 낮다.바이오주는 PDR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한 것으로 분석됐다. 개발 중인 신약의 시장 규모를 측정하거나 향후 시장 점유율을 전망하기가 어렵다. 여기에 각 신약 파이프라인의 효능, 임상 성공 가능성, 경쟁구도 등 다양한 요소가 시가총액에 반영된다.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등 관련 뉴스가 있는 바이오사는 PDR이 높게 나오고 과거 임상 실패 사례가 있는 기업들은 PDR이 낮게 측정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인터넷 관련 기업들은 확장성이 높아 PDR이 낮게 나왔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모빌리티만 보더라도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높은 성장성을 반영할 경우 PDR이 약 0.9배인데 적정 PDR로 보는 3배에 비해 저평가 상태”라고 설명했다.
웹툰 시장은 비상장사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의 PDR이 각각 0.8배, 1.1배로 산정됐다. 웹툰산업의 성장성을 반영한 적정 PDR은 2배 수준으로 향후 기업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정 연구원의 설명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