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레 진중권 체급 올려주는 논평"…與 내부에서도 '불만 기류'

첫 시작은 민주당이…"진중권 예의도 논리도 없는 소신도 없다"
삼국지 예형 언급하며 진중권 '저격'한 민주당 부대변인
"페이스북에나 올리는 글이 논평으로 등장…부적절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지난 7월2일 서울 강남구 최인아 책방에서 열린 경제사회연구원 세미나에서 '한국사회를 말한다 : 이념·세대·문화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는 공당이다. 공당에서 일개 사인을 향해 어떻게 논평을 낼 수 있는가.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15일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사진)를 '저격'한 논평에 불만 기류가 흘러나오고 있다. 과도한 대응이었을 뿐 아니라 형식적으로도 부적절한 논평이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앞선 13일 박진영 상근부대변인 명의로 진중권 전 교수를 〈삼국지〉의 예형에 빗대 비판 논평을 낸 바 있다. 이를 두고 진중권 저 교수가 재차 반박하면서 여당 내부에서도 "진흙탕 싸움에 스스로 뛰어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진중권, 예의도 논리도 없는 소신도 없다" 논평

발단은 박진영 부대변인의 논평이었다. 박진영 부대변인은 조정래 작가를 비판한 진중권 전 교수를 겨냥해 논평을 내고 "이론도 없고 소신도 없는 줄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예의마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언론이 다 받아써 주고, 매일매일 포털의 메인뉴스에 랭킹 되고 하니 살맛 나는가"라며 "그 살맛 나는 세상이 언제까지 갈 것 같은가"라고 비판했다.

특히 진중권 전 교수를 예형에 빗댄 게 논란을 키웠다. 예형은 뛰어난 학식을 갖고 있지만 당대 권력자인 조조를 비롯해 유표, 황조를 조롱하다 처형 당하는 인물이다.이에 진중권 전 교수는 "약하게 해석하면 '그냥 진중권이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밉다'는 얘기일 테고, 강하게 해석하면 '앞으로도 계속 그러면 아예 목줄을 끊어놓겠다'는 협박의 중의적 표현이겠다"며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 공당에서 이게 뭐 하는 짓인가"라고 받아쳤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진중권 말대로 우리는 공당…이래서는 안 된다"

민주당 내에서도 박진영 부대변인 논평을 두고 시끌벅적한 모습이다. 진중권 전 교수에 대한 개인적 호오는 있을 수 있지만 당 명의로 나오는 공식 논평에서 사인을 비판하는 것이 맞냐는 것이다.

정당의 논평은 공식 입장이다. 대변인단이 심혈을 기울인다. 대변인단은 논평에 쓰이는 단어 하나에도 신경을 쓴다. 그런 만큼 박진영 부대변인의 논평이 부적절했다는 기류가 당내에서도 감지됐다.
민주당 소속 한 의원 : 정치인이더라도 진중권 전 교수에 대한 개인적 호불호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공당이다. 어찌 당의 논평에서 사인을 비판하는 내용이 나올 수 있겠는가. 당 논평은 페이스북 글이 아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