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의 '온·오프 통합' 큰그림…이마트 대표가 쓱닷컴도 맡는다

신세계, 책임경영 강화 후
첫 인사…'옴니채널' 구축 가속도

강희석 대표, 온라인까지 총괄
더 과감해진 인재 기용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에겐 그만의 ‘큰 그림’이 있다. ‘옴니 채널’의 실현이다. 소비자가 신세계라는 하나의 우산 아래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쇼핑을 경험하고 물건을 구매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15일 정 부회장이 강희석 이마트 대표에게 SSG닷컴 대표를 겸직하도록 한 것은 옴니 채널을 구현하기 위한 첫 단추라는 게 업계 평가다.

책임 경영 강화 후 첫 인사

신세계그룹 이마트부문은 이날 정 부회장이 관할하는 13개 계열사에 대한 정기 임원인사를 했다. 정유경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이 이끄는 계열사에 대한 임원인사는 12월에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인사는 정 부회장이 지난달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으로부터 이마트 지분 8.22%를 증여받으며 ‘책임 경영’ 체계를 강화한 뒤 첫 번째 인사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정 부회장은 13개 중 6개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바꾸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연말 정기 인사를 10월로 앞당긴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강 대표에게 SSG닷컴까지 총괄하도록 한 것이다. 강 대표는 농림수산식품부 관료 출신으로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에서 리테일 산업 분석가로 활약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강 대표를 외부 수혈하면서 그룹 내부에 대대적 변화를 예고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마트와 SSG닷컴의 대표이사 겸직은 향후 온·오프라인에서 통합적으로 사고하고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정 부회장은 작년 3월 SSG닷컴을 이마트로부터 분리, 별도 법인으로 설립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 간 ‘따로 또 같이’ 전략을 추구했다. SSG닷컴 분사는 온라인 채널을 기존 오프라인 테두리 안에 둘 경우 혁신의 싹이 자라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덕분에 SSG닷컴은 자체 브랜드 파워를 가지며 신선식품 배송 시장의 강자로 올라섰다. 신세계 관계자는 “아직 공식 숫자로는 적자지만 내부 기준인 관리 영업이 9월에 흑자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두터운 신뢰 증명한 강희석 대표

이마트와 SSG닷컴을 1인 대표 체제로 묶겠다는 것은 코로나19로 리테일 지형이 급속도로 바뀌는 등 옴니 채널 구축의 필요성이 더 빨리 찾아왔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 대표는 약 1년 만에 이마트 실적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등 정 부회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이마트 총매출은 전년 대비 15.7% 증가했다. 삐에로쇼핑, 부츠 등 이마트가 그동안 벌여 놓은 전문점들을 큰 출혈 없이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17개였던 전문점은 현재 8개로 줄었다.정 부회장의 신임을 바탕으로 강 대표는 온·오프라인 통합을 위한 개선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성과평가체계를 대폭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극단적으로 이마트 생활용품 실적이 줄더라도 감소분이 SSG닷컴으로 옮겨가고 둘을 합한 실적이 좋다면 양쪽 모두 좋은 평가를 하는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SG닷컴은 그로서리사업본부, 신사업본부, 데이터/인프라본부, 지원본부 등으로 조직 체계를 재구축했다.

정 부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실적에 따른 평가와 보상을 분명히 했다. 신세계푸드 마케팅담당 송현석 상무가 승진하며 대표에 내정됐다. 신세계아이앤씨도 손정현 IT사업부장을 신임 대표에 승진 발령냈다. 이마트에선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 매출 급증의 1등 공신인 노재악 부사장보와 인사 등 지원업무를 담당한 형태준 부사장보를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와 함께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에브리데이 대표에 김성영 이마트24 대표를, 이마트24 대표에는 신세계아이앤씨 김장욱 대표를 각각 내정했다. 그룹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 환경을 타개하고 그룹의 미래 준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최적임자를 엄선했다”며 “앞으로도 철저히 능력과 성과주의에 기반한 인사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동휘/노유정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