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주주들 대거 차익실현…빅히트 '데뷔 축포'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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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첫날 시초가 대비 4% 하락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장한 15일. 장 시작 전부터 공모가의 2배인 27만원으로 시초가가 정해졌다. 9시 정각. 주가는 시초가의 상한가인 35만1000원으로 직행했다. 상한가에 사겠다는 대기 물량은 100만 주를 웃돌았다. 하지만 3분 뒤 상한가가 풀렸다. 주가는 9시30분께 30만원대가 깨졌다. 오후 1시께에는 시초가를 밑돌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상한가 35만1000원 직행했지만
카카오게임즈 등서 '학습효과'
기관투자자 "더 빨리 차익실현"
상한가 매수 개인들 -26% '탄식'
방시혁 의장 지분가치 3조1933억
방탄소년단 1인당 평가액 176억
기존 보유 주주 팔자세에 하락
상장 첫날 빅히트는 시초가 대비 4.44% 하락한 25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13만5000원)보다는 91.11% 높았지만 상한가를 기대한 투자자들의 실망은 컸다. 이날 64만 주가 상한가에 거래됐다. 상한가에 매수하고 팔지 않은 개인은 하루에만 26.5% 평가손실을 입었다. 그 영향으로 관련주인 디피씨(-19.85%), 초록뱀(-16.01%), 넷마블(-9.87%) 등도 크게 하락했다. 빅히트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들이다.매도 물량은 기타법인에서 나왔다. 기타법인은 55만8757주를 내다팔았다. 업계는 빅히트의 기존 주주(434만8575주)들이 첫날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도 각각 19만8644주(422억원), 12만5788주(564억원)를 팔았다. 개인은 87만9559주, 265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외국인과 기관이 전체 보유 물량 대비 얼마를 팔았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빅히트의 기존 주주 보유 물량(434만8575주)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 물량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상장 당일 왜 고꾸라졌나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의 경험 때문에 상한가로 직행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공모주가 상장일 이후 2, 3일 만에 상승세가 꺾이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은 상장일부터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카카오게임즈는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두 회사 주가 모두 하락 전환했다.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앞선 두 사례를 통해 공모주 투자자들로서는 더 빨리 차익을 실현해야 한다는 욕구가 커졌을 것”이라며 “주말을 끼면 투자 열기가 식는 만큼 첫날 상한가에 내던진 기존 주주와 기관 물량이 많았다”고 설명했다.절대 주가도 부담스러웠다. 공모가가 13만5000원이어서 신규 투자자가 선뜻 손을 내밀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상장 당일 유통주식 수도 670만736주로 적지 않았다. 전체 상장 주식의 19.8%가량이다. SK바이오팜(13.06%)보다 많고 카카오게임즈(20.51%)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날 빅히트의 거래량은 약 650만 주로 상장 당일 유통주식 수(670만 주)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당일 거래량이 각각 69만 주, 56만 주에 그쳤다. 공모가가 높게 형성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날 주가는 시초가 대비 떨어졌지만 방시혁 의장을 비롯한 주요 주주의 보유 지분 가치는 크게 늘었다. 1237만7337주를 보유한 방 의장의 보유 지분 가치는 3조1933억원이 됐다. 총 47만8695주를 보유한 방탄소년단(BTS) 멤버 7명의 지분 가치는 1235억원에 달한다. 멤버 1인당 약 176억원이다.
주가 오를 가능성은
증권업계는 향후 주가 전망을 그리 밝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수급상 악재가 당장 눈에 보인다. 아무때나 팔 수 있는 의무보유 미확약 기관투자가 물량은 전체 428만2309주의 21.63%인 92만6151주다. 15일 뒤에는 20만5363주(4.80%), 1개월 뒤엔 132만2416주(30.88%)가 시장에 풀린다. 최대주주인 방 의장이 가진 주식과 넷마블이 보유한 708만 주도 6개월 뒤 매도가 가능하다.증권사들의 목표주가도 30만원을 넘지 않는다. 현대차증권 26만4000원, IBK투자증권 24만원, 유안타증권 29만6000원 등이다.성장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BTS에 집중된 매출 구조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BTS 매출 의존도를 70%까지 낮췄지만 여전히 절대적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빅히트는 제2의 BTS 만들기에 총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음 타자는
올해 기업공개(IPO)시장의 대어는 빅히트가 마지막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빅히트를 능가하는 기업들이 대기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등이 내년 증시 입성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게임업체 크래프톤은 실적이나 개발 능력 등에서 카카오게임즈보다 우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미 장외시장에서 높은 기대가 반영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IPO시장의 열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