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샵 회사 어도비의 다음 10년을 책임질 사업은? [SaaS 기업 시리즈①]

주코의 해외주식

마케팅 커머스 성장성 주목
고객경험 시장서 세일즈포스와 경쟁
요즘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들이 증가하고 학생들은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는데요. 이런 변화 속에서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실적이 쭉쭉 성장하고 있습니다. Software as a Service, 즉 구독 기반 소프트웨어 회사들이죠. 오늘은 포토샵과 PDF 문서로 너무나 익숙한 기업 어도비(ADBE)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위치한 어도비는 1982년말 포토샵 회사로 시작했습니다. 당시에 컴퓨터로 출판을 하기 위한 툴을 제공하는 회사였죠. 이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밸류를 받는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회사가 됐습니다. 창작자를 위한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은 덕분입니다. 그런데 이 기업의 다음 10년을 책임질 사업은 마케팅과 이커머스라고 하네요? 지금부터 어도비의 디지털 전환 스토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주가

어도비 주가는 9월초 최고점인 536달러를 돌파한 이후 16일 현재 495달러 선에 머물고 있습니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애널리스트 목표가는 최저 410달러에서 최고 600달러입니다. 핀비즈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애널리스트 목표가가 줄줄이 상향조정됐는데요. 520달러에서 600달러선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2020 회계연도 3분기(6~8월) 매출은 32억달러로 전년 대비 14% 성장했습니다. 역대 최고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매출 성장률만 놓고 본다면 연간 25% 성장을 구가하던 2018년에 비해 성장세는 둔화됐습니다. 3분기가 전통적으로 비수기이지만 신규계약과 계약갱신이 증가하면서 RPO(잔여계약가치)는 전년 대비 18% 증가한 103.4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2분기 보다 4%포인트 상승한 수준이고요.

영업이익률 역시 사상 최고 수준인 43%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가 터지자 2만200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재택근무로 전환하면서 출장비와 시설운영비가 감소한 덕분입니다.

어도비를 긍정적으로 보는 분석가들은 강력한 현금흐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3분기 운영현금흐름 역대 최고치인 14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어도비의 장기 부채는 41.1억달러, 자산은 216억달러로, 전체 부채비율은 0.19에 그칩니다. 그럼 지금부터 핵심 사업모델(BM)을 살펴보실까요?


핵심 BM. No.1 디지털미디어

첫 번째 BM은 디지털미디어입니다. 디지털미디어는 어도비 매출의 69%를 차지하고 있는 핵심 사업입니다. 두 가지로 나뉘는데 이미지 동영상 편집 툴을 제공하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가 58%, 전자문서 솔루션을 제공하는 다큐먼트 클라우드가 1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도비의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마케팅 커머스 고객데이터와 관련된 디지털 익스피리언스 사업이 2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선 디지털 미디어를 살펴보면 팬데믹 상황에서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졌는데요.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부문 3분기 매출은 19.6억달러로 전년 대비 18.6% 증가했습니다. 학생들의 이미지 동영상 편집툴 사용이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D2C 채널인 어도비닷컴 트래픽은 2분기에 이어 역대 최고수준을 기록했고요.
재택근무로 인해 전자문서 사용도 확산되면서 3분기 다큐먼트 클라우드 사업 매출도 22% 증가한 3.8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전자서명 솔루션인 어도비 사인의 경우 대기업 고객의 계약이 200% 증가하면서 다큐먼트 클라우드 매출 성장세에 도움이 됐습니다.


핵심 BM no.2 구독

현재 어도비의 모든 소프트웨어는 구독 기반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어도비는 2013년 기존 제품 사용권한을 판매하던 방식에서 클라우스 서비스 형태의 구독모델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2500달러를 내면 영구히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판매하던 것에서 매달 몇십 달러의 서비스 이용료를 내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당장 판매방식에서 구독방식으로 바꾸게 되면 매출은 급감하게 됩니다. 때문에 당시 어도비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었지만 샨타누 나라엔 CEO는 “과거로 돌아가는 플랜B는 없다”며 디지털 혁신을 감행했습니다. 2015년 3분기 기준 68%에 그쳤던 구독기반 매출비중은 2020년 3분기 기준 93%에 이릅니다.

디지털 경제에서 구독모델은 혁신을 담보할 수 밖에 없거든요. 소프트웨어를 혁신하지 않으면 곧바로 고객이 이탈하고 신규고객을 모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혁신을 계속할수록 안정적인 구독료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클라우드 기반 SaaS 기업들이 구독모델을 갖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핵심 BM. No.3 고객경험

세 번째 BM은 고객경험입니다. 디지털 익스피리언스(Digital Experience) 즉 DX라고 불리는 이 사업부는 마케팅 소프트웨어, 데이터분석, 개인맞춤형 콘텐츠 솔루션, 이커머스, 광고로 세분화 돼있습니다. B2C, B2B는 물론 기업과 직원 사이의 전자상거래인 B2E(business to employee)까지 디지털 비즈니스를 위해 필요한 모든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이 고객경험 플랫폼 시장에서 어도비는 세일즈포스(CRM)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두 회사는 출발점이 완전히 다른 회사들이라는 점입니다. 어도비는 콘텐츠로 시작했고, 세일즈포스는 고객 정보와 데이터로 시작한 회사인데요. 클라우드 시장이 열리면서 데이터와 콘텐츠가 고객경험에서 핵심 요소가 되면서 두 기업 모두 고객경험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세일즈포스가 2016년 28억달러에 디맨드웨어를 인수하면서 ‘마케팅 커머스 클라우드’ 시장에 뛰어들자, 어도비도 2018년 마젠토(17억달러)와 마케토(48억달러)를 잇따라 인수하며 고객경험 분야 확장에 나섰습니다. 특히 어도비의 중소상공인용 어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젠토는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고객이 편하게 사진을 배열하고 세련된 글씨를 삽입할 수 있는 온라인샵 툴을 제공하면서 쇼피파이(SHOP)와 경쟁하고 있고요.

어도비는 자사의 데이터 중심의 마케팅 소프트웨어로 ‘어트리뷰션 기술’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여러 채널에서 사용자의 참여를 추적하고 사용자가 머물렀거나 상호작용한 다양한 이미지와 콘텐츠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는 분석 기반 마케팅 도구입니다. 이 기술을 ‘어도비 어낼리틱스’라는 이름으로 고객들에게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어도비의 DX 사업부문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1% 증가하면서 디지털 미디어 사업보다는 저조한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기업들의 광고 지출이 감소하면서 광고 클라우드 매출이 둔화된 영향이 컸습니다.

숫자만 보면 DX 사업부문 실적이 저조해 보이지만 실제 실적 컨퍼런스콜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어도비의 CFO인 존 머피는 10년간 디지털 커머스사업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마젠토를 통한 커머스 클라우드는 물론, 어도비 익스피리언스 매니저(AEM) 클라우드, 어도비 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이 매출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2022년까지 회사 측이 내다본 총진입시장(Total Addressable Market) 규모만 봐도 이 디지털 익스피리언스 매출이 얼마나 커질 지가 예상되는데요. TAM 규모는 익스피리언스클라우드 840억달러,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310억달러, 다큐먼트 클라우드 130억달러에 이릅니다.

마무리

지금까지 어도비의 주가와 핵심 BM을 살펴봤습니다. 독보적인 사업모델을 갖고 있지만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주가 상승엔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주가는 12개월 실적 예상치 기준 PE 46.6배로 최근 5년 평균 대비 40% 높은 수준입니다.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CEO
단기적으로는 10월 20~22일 개최될 어도비 맥스 행사에서 3D영상, AR 편집 툴 신제품이 발표되면 주가엔 호재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어도비는 2022년이면 40주년이 되는 업력이 오래된 회사이지만, 디지털 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은 오래 투자할만한 회사로 매력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