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언주 "대선 승리 위해 부산서 압승하겠다"

지자체 보궐 선거 릴레이 인터뷰 - 부산 시장 '빅2' 이언주

"나는 부산 여자, 위기에 선 부산 경제 구원투수 되겠다"
"신발·영상 스타트업 키우고 조선·해운은 선제적 구조조정"
"500만평 김해공항 종합 개발하면 가덕신공항 경제성 충분"
"규제 3법 기업 과민반응 당연…후진적인 정치부터 바꿔야"
연거푸 실패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주눅이 든다. 선거 때마다 표로 심판 받는 정치인은 더 그렇다. 이언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사진)은 ‘정반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2017년 4월) 기세등등했던 더불어민주당을 뛰쳐나온 후 정치 인생의 첫 ‘부침’을 경험했다.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와 치렀던 지난 4월 총선에선 박재호 민주당 후보에 아쉽게 패했다. 올해만 48세. 더 큰 정치 무대를 위한 수업료로 여기는 걸까.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 선거에 출마한 이 전 의원에게 여전히 ‘정치 경륜’보다는 ‘열정과 패기’가 더 어울렸다.

이 전 의원은 16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친이(親이명박), 친박(親박근혜)과 같은 과거 사람들은 물러나고 새로운 비전을 가진 정치인들이 패기있게 경쟁해야 한다”며 “부산 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총선 패배 이후 침체된 당의 분위기를 ‘확’ 바꿔놓겠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5선의원인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부산진구갑)과 함께 부산시장 보궐 선거 ‘빅2’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그는 “이번 지자체 보궐 선거는 향후 대선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당 지도부가 전략적 고민을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본인이 부산 시장으로 뽑히는 게 대선에 유리하냐’는 질문에 망설임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현재 당이 검토하고 있는 경선 규정 변경에 대해서도 “당이 결정하면 받아들이겠다”면서도 “당원 투표에서도 전혀 불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원들도 누가 미래에 어울리는 후보인지 잘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기계·해운 등 부산의 전통산업에 대해선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한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며 “5년, 10년 후가 되면 전 세계 내연 자동차가 사라질 수 있다”며 “당장 지금부터 엑시트 플랜(출구 전략)을 짜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장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또 “전통적인 하드웨어 중심의 산업 구조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서서히 바꿔가야 한다”며 “신발과 영상미디어 등 산업에서 도전적인 스타트업들이 부산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유능한 인재와 자본이 굳이 부산을 찾겠냐’는 질문엔 “해양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과 인재들을 충분히 유치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1조원짜리 유니콘 기업을 키우자는 얘기가 아니다, 몇개의 1000억원짜리 스타트업만 키울 수 있어도 충분하다”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도 이렇게 시작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의원은 ‘행정 경험이 없다’는 지적엔 ‘발끈’했다. 그는 “시정 경험이 많았던 전직 부산 시장들이 부산에 무엇을 했냐”고 반문하며 “지금 부산에 필요한 정치인은 혁신의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CEO(최고경영자)형 리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PK(부산.경남) 현안으로 떠오른 가덕신공항에 대해선 “장기적 관점에서 확장 가능성이 큰 가덕 신공항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부에서 투자금을 추가로 유치하고 김해공항과 가덕신공항의 배후 단지를 종합 개발하면 신공항의 경제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가덕신공항을 “부산의 ‘신경제’를 촉진할 마스터플랜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경제 현안인 ‘기업규제 3법’에 대해선 “기업들이 과민반응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며 “기업의 지배구조를 말하기 전 후진적인 정치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내용 일부를 손질했다.

▷30~40대가 국민의힘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

“민주당을 열렬히 지지하거나 조국 전 장관, 추미애 장관 아들 사태에 우호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적폐를 지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민주당이 싫긴 하지만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더 싫다는 의미다. 나도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 한나라당이 너무 싫었다. 당시 제 눈에 비친 한나라당 정치인들은 부잣집 자제이거나 고관대작 출신들이었다. 아직도 기득권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있다.”

▷어떻게 바꿔야 하나.

“우리의 노선, 강령을 명확하게 만들고 이것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 당이 지켜야 할 가치는 자유, 경쟁, 공평한 기회 등이다. 이런 가치를 상징하는 사람들이 발탁되고 당의 리더가 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들도 반응한다. 현실은 어떤가. 두명의 실패한 대통령을 모셨던 사람들이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마치 그런 대통령과 관련이 없는 듯 ‘유체이탈’ 화법을 선보인다. 아무리 민주당이 싫다고 해도 이런 모습이라면 국민이 좋아할 수 있을까. ”

▷김무성 전 의원을 비판하는 얘기로 들리는데.

“누구를 겨냥해서 한 말이 아니다. 오히려 김 전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실상 그 분만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 아니냐.”

▷국민의힘엔 차기 대권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유권자들은 당을 지지할 때 나라를 맡길 수 있는 수권정당이냐 아니냐를 유심히 살핀다. 정책 뿐 아니라 인물로도 이런 미래를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런 미래 지도자를 키우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차기’ 뿐 아니라 ‘차차기’(대통령)도 될 사람이 없다. ”

▷왜 없다고 생각하나.

“보이지 않는 카르텔이 있다. 너는 젊지 않느냐, 다음에 나와도 된다고 한다. 젊은 정치인을 억누르고 현역들이 기득권을 나누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

▷이 의원도 벌써 두차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저는 초선 의원들이 이번 선거에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같이 경쟁하고 성장하자. 그 사람들에게 지더라도 승복하겠다. 국민들이 바라는 건 달라진 야당이다. 실패한 친이, 친박 정치인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인들이 무대에 올라 미래 비전을 갖고 패기있게 경쟁하는 모습이다.”

▷부산에 연고가 없는데 왜 굳이 부산시장을 하려 하나.

“나는 부산의 여자다. 부산에서 태어나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다. 한번도 부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

▷어쨋든 정치는 서울에서 시작했다.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게 맞지 않나.

“서울시장은 중앙정부와 대통령의 역할이 크다. 서울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부산 시장은 다르다. 단 한명의 정치인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저는 직장을 다닐 때 구원투수 역할을 많이 했다. 위기에 빠진 조직을 혁신하고 시스템을 바꿔 성과를 냈다. 이런 기질, 성격이 정치 스타일에 여전히 남아있다.”

▷부산 경제가 고사 위기다.

“부산시장 출마를 생각하기 이전 국회에 있을 때부터 산업의 혁신, 산업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전통 제조업 중심의 경제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부산의 미래는 없다.”

▷전통 제조업이라고 하면 자동차, 조선을 의미하나.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자율주행차로 바뀌고 있다. 앞으로 5년, 10년 후가 되면 내연 기관차가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러면 5년 후부터 미래차를 준비해야 하나. 아니다. 당장 지금부터 엑시트 플랜(출구 전략)을 가동해야 한다. 르노삼성,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은 이런 산업 변화를 내부적으로 준비한다. 하지만 2, 3차 협력사들은 전혀 대비를 못하고 있다.”

▷산업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연착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갑작스럽게 강제 구조조정을 당할 수 있다. 그게 바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였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울 수 있나.

“국내 제조 기업들이 뛰어난 인재를 구하지 못하는 문제가 거주 문제다. 공장이 도심에서 너무 떨어져 있어서다. 서울의 구로디지털단지와 같은 연구개발 단지, 도심형 공장을 도심에 지어야 한다. ”

▷서울, 대전도 있는데 굳이 부산에 기업과 인재들이 올까.

“기업들이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부산은 과거 신발의 메카였다. 인건비가 오르자 죄다 해외로 나갔다. 스타트업들은 다르다. 새로운 소재와 기술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신발 시제품을 만들 수 있다. 제조는 인건비가 싼 해외에 맡기면 된다. 부산엔 이런 수요가 상당하다. 부산시가 할 일은 이런 스타트업들이 필요한 초기 투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시제품을 쉽게 만들 수 있는 기계와 장비를 제공하는 일이다. 디지털영상 산업에도 이런 스타트업들이 많다. ”

▷서울에서 가능한데 굳이 부산에서 할 필요가 있을까.

“부산은 서울과 달리 바다를 끼고 있다. 이런 지역적 특성을 활용하면 부산에 사람과 돈을 충분히 유치할 수 있다고 본다. (몸값이 1조원 이상인)유니콘을 키우자는 게 아니다. 부산을 연고로 하는 1000억짜리 스타트업은 충분히 키울 수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가 처음부터 세계적인 기업이었나. ”

▷어떤 산업이 유망한가.

“하드웨어 중심의 산업 구조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제조업은 인건비가 아닌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 ”

▷역대 모든 부산시장이 산업 혁신을 얘기했다.

“열정과 의지가 있어야 하고 현장을 알아야 한다. 르노삼성, 에스오일 등 글로벌 기업에서 임원으로 일하면서 배웠다. 말로 하는 산업 혁신, 경제 혁신은 뿌리깊은 관료주의를 극복할 수 없다. 시장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현장에서 뛰는 공무원을 대거 승진시켜도 될까 말까 한 변화다.”

▷행정 경험도 없지 않은가.

“행정 경험이 많았던 전직 시장들은 부산에 무엇을 했나. 혁신을 해야 할 시점에 오히려 조직을 관료화시킨 것 아니냐. 디테일은 공무원들에게 맡겨도 충분하다. 지금 필요한 건 혁신적인 마인드를 갖고 혁신을 드라이브 걸 수 있는 CEO(최고경영자)형 리더다.”

▷선거가 다가오자 신공항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에 규모가 큰 국제공항이 두개 정도 필요하다. 남부권에 공항을 만든다면 향후 확장 가능성이 큰 가덕신공항이 맞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김해신공항 결정을 번복하는 문제다. 행정의 안전성이 걸려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어떤 명분이 있나.

“시간이 흘러 여러 조건들이 바뀌었으니 가덕신공항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된다. 우선 비용 측면에서 국비 투입을 줄일 수 있다. 외부에서 투자를 유치해 중앙정부 예산 지출을 줄여주는 방안이 있다.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방법이 있나.

가덕신공항의 배후 단지를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항공 물류가 비약적으로 늘었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부산신항과 가덕신공항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기존의 김해 공항 부지를 종합적으로 개발하는 플랜도 짜야 한다. 무려 500만평이다. 부산 경제를 촉진할 수 있는 마스터 플랜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당의 경선준비위가 출범했다. 룰(규칙)을 어떻게 짜는 게 맞다고 보나.

“내가 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다만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갖는 전략적 의미를 당 지도부가 잘 헤아려야 한다. 선거 결과가 1년 후 대선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야당 정치인이 국민에게 선택을 받으면 이후 당의 대선 후보를 측면지원할 수 있다. 지난 대선을 돌이켜 봐라. 유약한 이미지의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할 때 뒤에서 박원순, 이재명, 안희정, 김경수가 병풍처럼 지원했다.”

▷본인이 부산시장으로 뽑히는 게 대선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나.

“그렇다고 생각한다. 총선 패배로 다소 침체된 분위기를 올려 놓겠다. 당의 야성을 보완하고 대선 주자를 보완할 스피커가 되겠다.”


▷현행 당헌·당규대로 당원 투표 50%, 국민 여론 50%로 부산 시장 후보를 뽑는다고 결정하면 받아들이겠냐.

“당의 결정은 당연히 받아들이겠다. 밖에선 당원 투표에서 이언주가 불리하다고 보는 것 같은 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당원들도 누가 부산의 미래에 어울리는 후보인지 잘 판단할 거라고 믿는다.”

▷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업규제 3법’을 찬성하는데.

“제가 글로벌 기업에 있을 때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업무를 많이 다뤘다. 사실 국내 기업들은 CSR 역량은 많이 높아졌다. 약간 때 늦은 이슈다. 기업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고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문재인 정권이 추진한다는 게 정말 큰 문제다. 선진국에선 이런 법과 제도가 악용되지 않는다. 한국의 정치세력은 그동안 이런 법과 제도를 악용해 기업들에 대한 영향력을 키웠다. 기업들이 과민반응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기업의 지배구조를 말하기 전 후진적인 정치부터 바꿔야 한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