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ESG 투자 450조로 늘린다지만…'오락가락' 잣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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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은 몇 해 전부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네덜란드공적연금(APG) 등 해외 기관투자가로부터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사업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환경 파괴에 일조하는 사업이 한전의 기업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논란의 불똥은 한전의 3대 주주(지분율 8.09%)인 국민연금으로 튀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투자 원칙으로 채택한 국민연금이 석탄발전소를 운영하는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은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최근 국민연금은 ESG를 주식과 채권 투자에 접목하기 위한 평가체계 구축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내주식 위탁운용사들이 굴리는 ‘책임투자형 펀드’에 적용할 벤치마크(평가기준 및 투자대상)를 만드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전체 운용자산(약 752조원)의 4% 수준에 머물렀던 ESG 투자를 내년까지 59%(약 450조원)로 확대한다는 것이 국민연금이 내세운 청사진이다.
문제는 오락가락하는 잣대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 호주 석탄터미널 투자를 검토했지만 환경 파괴 가능성 등을 내세우며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중국,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에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한전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비판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민연금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원종현 국민연금 상근전문위원은 “아직 국민연금의 ESG 투자는 초기 단계며 세부 기준에 대한 합의와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성급하게 투자 정책을 바꾸는 것도 시장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투자업계에선 한국인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기관이 채택한 기준을 그대로 추종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네덜란드계 자산운용사인 NN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NNIP)의 아드리 하인스브루크 책임투자부문 대표는 “ESG 투자는 지역별, 자산별 특성에 따라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펀드인 KCGI(강성부펀드)를 이끄는 이대식 대표도 “ESG 포트폴리오가 좋다고 해도 수익률이 떨어져서는 곤란하다”며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정교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논란의 불똥은 한전의 3대 주주(지분율 8.09%)인 국민연금으로 튀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투자 원칙으로 채택한 국민연금이 석탄발전소를 운영하는 기업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은 그러나 이 문제에 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최근 국민연금은 ESG를 주식과 채권 투자에 접목하기 위한 평가체계 구축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내주식 위탁운용사들이 굴리는 ‘책임투자형 펀드’에 적용할 벤치마크(평가기준 및 투자대상)를 만드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전체 운용자산(약 752조원)의 4% 수준에 머물렀던 ESG 투자를 내년까지 59%(약 450조원)로 확대한다는 것이 국민연금이 내세운 청사진이다.
문제는 오락가락하는 잣대다. 국민연금은 지난 3월 호주 석탄터미널 투자를 검토했지만 환경 파괴 가능성 등을 내세우며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중국,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에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한전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비판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민연금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원종현 국민연금 상근전문위원은 “아직 국민연금의 ESG 투자는 초기 단계며 세부 기준에 대한 합의와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성급하게 투자 정책을 바꾸는 것도 시장 안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투자업계에선 한국인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기관이 채택한 기준을 그대로 추종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네덜란드계 자산운용사인 NN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NNIP)의 아드리 하인스브루크 책임투자부문 대표는 “ESG 투자는 지역별, 자산별 특성에 따라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행동주의 펀드인 KCGI(강성부펀드)를 이끄는 이대식 대표도 “ESG 포트폴리오가 좋다고 해도 수익률이 떨어져서는 곤란하다”며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정교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