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핵 협상, 도쿄올림픽 때 기회"…'10월 깜짝 이벤트'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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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오브라이언 국가안보보좌관, 싱크탱크 대담
트럼프 재집권시 김정은과 '협상 재개' 시사
청와대 안보실장과 만난 직후 발언
바이든 집권할 경우 상황 달라져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6일(현지시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 내년 도쿄올림픽을 전후해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대선(11월3일)에서 승리할 경우 내년 여름에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고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대선 전 북한과의 '깜짝 이벤트'는 어렵다는 의미도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고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엔 상황이 또 달라질 수 있다.
◆"도쿄 올림픽 때나 전후 기회"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이날 미 싱크탱크 애스펀연구소의 화상대담에서 북한이 무기 역량을 계속 확대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대북전략과 북한 비핵화 전망에 대해 "우리는 정말 어떤 진전을 보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코로나 여파로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이 내년에 개최되기를 바란다며 "북한 사람들이 도쿄올림픽 참가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올림픽 이전, 도중이나 이후에 당사자들이 모여 북한 주민의 번영과 (그들을)더 나은 경제적 시기로 이끌고, 현명한 감축과 비핵화를 위한 몇 가지 추가 조치들을 이끄는 협상을 할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그는 "하지만 그건 알다시피 어려운 문제"라며 북한 측은 어려운 협상 상대라고 환기하며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최대 압박' 캠페인을 벌이면서도 동시에 최고 지도자와의 소통 채널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밀한 관계로 인해 "몇몇 긍정적인 얘기가 있었다"며 동시에 어떤 행정부도 하지 않은 제재를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대 압박을 통해 "그들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핵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에 대해 우리가 매우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북한 사람들이 알게 했다"고 강조했다. 또 "대선이 끝난 뒤 북한 사람들이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우리가 협상할 기회를 갖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그는 지난 14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회동 사실을 언급하며 미국의 대북 정책에 한국이 만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 교감 가능성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내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일각에서 제기됐던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의 깜짝 이벤트)'는 없을 것이란 의미로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 언급한 뒤 청와대 안보실의 서훈 실장과 김현종 차장, 최종건 외교부 1차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안보라인이 잇따라 미국을 방문하면서 '옥토버 서프라이즈'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의 이날 발언은 특히 서훈 안보실장의 방미 직후 나왔다. 서 실장은 지난 13일 워싱턴을 방문해 14일 오브라이언 보좌관, 15일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을 만난 뒤 16일 미국을 떠났다. 오브라이언의 '도쿄올림픽 전후 북한과 협상' 구상이 서 실장 방미 기간에 조율됐을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집권시 상황 달라져
하지만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대선에서 판이 완전히 바뀔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비판적이다. 바이든은 16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ABC 방송과의 타운홀 미팅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북한 등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의 모든 폭력배를 포용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말은 그가 북한 지도자와 가장 친한 친구라는 뜻”이라며 “북한은 더 많은 폭탄과 미사일을 갖게 됐다”고 했다.바이든 캠프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성과 없이 김정은과 두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의 위상만 높여줬다고 비판해왔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