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K'의 공포

코로나 후 경기회복 '양극화'

대기업·부유층은 빠르게 회복
자영업·빈곤층은 더 나락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이후 글로벌 경제에 ‘K자 회복’ 공포가 커지고 있다. 경기 회복의 온기가 전 계층에 고루 퍼지지 않고 일부 계층과 기업에 한정돼 양극화가 심해지고 그 결과 사회 불안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수전 클라크 미국 상공회의소 대표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V자 회복(침체 후 급반등) 기대는 오래전에 사라졌다”며 미 경제가 K자 회복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JP모간은 3조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으로 정보기술(IT) 및 일부 대기업, 부유층, 화이트칼라(재택근무 가능 사무직)는 급격히 회복한 반면 디지털 전환이 늦은 전통기업과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빈곤층, 블루칼라(대면근무 노동자계층)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K자 회복이 현실화됐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로 미국에서 1100만 개가량의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일자리 감소는 주로 저소득·저학력층에 국한됐으며 고소득·고학력층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용시장 부진에도 아마존, 애플 등 빅테크기업은 이익이 늘고 주가가 뛰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연초 대비 28%나 올랐다. 주가 상승 혜택이 주식을 보유한 부유층에 집중되면서 자산시장에서도 K자 회복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K자 회복이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골을 깊게 할 우려가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선진국과 달리 K자의 아래쪽 다리에 있는 가난한 개발도상국은 절망적인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의 레이 달리오 회장은 최근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빈부격차가 큰 상태에서 경기 충격이 오면 반드시 혁명과 같은 조정 수준을 밟는 게 역사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