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선 NLL 북상 눈뜨고 지켜만 본 軍·해경…해상경계 구멍 여전

해병대 대원들이 27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연평도 해역에서 해상 정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22일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를 NLL 남쪽에서 수색 중인 군당국을 향해 북한은 “영해를 침범하지 말라”고 했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우리 어선 한척이 항로 착오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었다 복귀한 사건과 관련해 군이 이 선박을 포착하고도 사실상 북상을 저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해경은 해당 선박의 정보 조차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해 해상 접경 지역의 경계 태세에 여전히 큰 구멍이 뚫려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9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군은 지난 17일 오후 12시45분께 해상 레이더를 통해 연평도 인근 우도 쪽에서 북상하는 미상 선박을 처음 포착했다. 이후 9분이 지난 오후 12시54분에야 어선위치 발신장치(V-패스)로 우리 국적의 어물 운반선인 '광성 3호'임을 확인했다. 오후 12시56분부터 해상 통신을 통해 광성 3호에 50회 가량 호출하고 귀항을 지시했지만, 광성 3호는 응답하지 않고 결국 오후 1시께 NLL을 넘었다. 광성 3호는 10여분 안팎동안 NLL 북쪽에 머물다 다시 남쪽으로 돌아왔다.군은 광성 3호를 레이더로 포착하고 이 배의 정보를 확인할 때까지 사실상 북상을 방치한 셈이어서 군의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군이 해경에 광성 3호의 북상에 대한 정보 사항을 물었을 때 해경측은 "정보 사항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져, 해경이 이 배의 이동 경로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경 조사 결과 NLL 침범 당시 광성 3호에는 한국인 선장 없이 베트남 선원 2명, 중국 선원 1명만 타고 있었다. 군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진행중이지만 아마 의사소통 문제로 인한 단순 항로착오 사건으로 파악된다"며 "특이한 대공혐의점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