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업계, 카드사와 앞다퉈 '빅데이터 동맹'

BGF리테일, KB국민카드 제휴
점포 판매 데이터만 있는 편의점
카드사의 고객 데이터 결합시
고객 맞춤형 마케팅 가능

GS리테일은 신한카드와 맞손
"점포별 수익성 높일 돌파구 "
서울 삼성동에 있는 CU 선릉점 가맹점주 A씨는 다음달 편의점업계 대목인 ‘빼빼로데이(11월 11일)’에 어떻게 해야 매출을 올릴지 고민하고 있다. 그러다 최근 CU 본사로부터 지난해 빼빼로데이 판매 데이터와 KB국민카드의 고객 데이터를 조합해 작성한 분석 보고서를 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빼빼로데이에 전체 매출의 36%를 차지한 ‘핵심 타깃’은 30대 남성이었다. 이들은 왜 편의점에서 빼빼로를 샀을까. 구매 시간대와 금액, 상품을 조합하자 답이 나왔다. 30대 남성들은 오전 8~10시에 5000원대 묶음 상품을 샀다. 출근길에 사서 직장 동료들에게 돌린 것이었다. CU 선릉점은 올해 5000~1만원대 빼빼로 묶음 상품을 늘리고 아침 시간에 직원을 추가로 배치할 계획이다.

카드사 고객 데이터 활용

편의점 업체들이 잇따라 카드사와 손잡고 있다. 편의점 업체의 풍부한 판매 데이터를 카드사의 고객 데이터와 결합, 활용하기 위해서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19일 KB국민카드와 업무제휴 계약을 맺었고, GS리테일도 지난 14일 신한카드와 같은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오른쪽)과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이 업무 협약을 마치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GS리테일 제공
편의점은 어떤 제품들이 전국 어느 점포에서 얼마나 팔리는지 ‘판매 데이터’를 갖고 있다. 그러나 멤버십이 없는 소비자가 편의점에 얼마나 자주 들르는지, 얼마나 결제하는지 ‘고객 데이터’는 알 수 없었다. 멤버십 회원도 편의점 지출만 파악된다. 소비자의 전체적인 소비 성향을 알기 어려우니 이들을 편의점으로 끌어들일 전략을 짜는 데 한계가 있었다.

카드사의 구매 데이터는 이 문제를 해결해준다. 어떤 카드 사용자가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를 알 수 있다. ‘강남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직장인’이 강남의 CU 점포에 한 달 동안 몇 번 들러 얼마를 결제했는지, 다른 유통업체보다 편의점에 얼마나 자주 오는지도 분석 가능하다. 점포 인근 상권의 특성과 소비자들의 구매력도 측정할 수 있다.

카드사와 협력하면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대폭 늘어난다. BGF리테일과 GS리테일도 멤버십을 운영하지만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가입자 수는 이들의 회원 수를 크게 웃돈다. 신한카드 가입자 수는 약 2400만 명으로 GS리테일 멤버십 회원 수(1400만 명)보다 1000만 명 많다. KB국민카드 가입자 수는 2000만 명 이상으로 BGF리테일 멤버십 회원 수(1100만 명)의 약 두 배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기초 데이터가 늘어나면 훨씬 정교한 분석과 마케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분석 마케팅이 살 길”

BGF리테일은 KB국민카드로부터 월 단위로 매장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받을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국 CU 점포의 운영 현황을 분석해 점포별 맞춤형 전략을 세울 수 있다. KB국민카드는 BGF리테일의 판매 데이터를 이용해 맞춤형 금융 상품을 개발할 방침이다.

GS리테일은 GS25와 슈퍼마켓인 GS더프레시, 랄라블라 등 오프라인 점포 1만5000곳의 판매 데이터와 신한카드의 소비 데이터를 결합해 상품화하기로 했다. 식품업체 등 편의점에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과 광고기획사, 공공기관 등에 팔 수 있다는 설명이다.

편의점업계가 최근 앞다퉈 금융사와 협업하는 배경에는 성장 둔화가 있다. 편의점 업체들은 지금까지 점포를 경쟁적으로 늘리며 매출을 키웠다. 그러나 점포 수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었고, 경쟁이 심화되자 개별 점포의 수익성이 떨어졌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편의점 점포 수는 4만672개다. 회원사가 아닌 이마트24까지 합하면 4만5000여 개로 추정된다. 인구 1150명당 1개꼴이다.점포 각각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개별 점포의 특성을 살펴 맞춤형 전략을 세워야 했다. 결론은 데이터였다. CU 관계자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체브랜드(PB) 등 차별화된 상품을 들여왔지만 전국의 점포에 적용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1만4000여 곳 점포가 각각 전략을 짜려면 데이터 분석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