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불안에도 식지 않는 홍콩인의 부동산 사랑

391채 분양에 2만3천명 몰려…도시락 싸와 8시간여 대기
반정부 시위와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으로 사회적 불안이 이어지고 있지만, 홍콩인들의 부동산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한편에서는 해외 이민 문의가 급증하고 정치적 망명 소식도 들려오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전혀 다른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1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홍콩 뉴테리토리(新界) 지역에서 한 건설회사가 분양한 아파트 391채가 전날 최고 경쟁률 속 완판됐다.

오는 2022년 완공될 이 아파트 분양신청에 2만3천명이 몰리면서 58.8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는데, 지난 20여년 이래 최고 경쟁률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은 모델 하우스를 보기 위해 물과 음식을 준비해와 장시간 대기했다.

대기 줄에는 '예상 대기시간 8시간'이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모델 하우스가 막 오픈했을 때는 분양사가 오전 11시 30분에 사람들이 더는 줄을 서지 못하게 막는 일도 발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에도 다닥다닥 붙은 줄이 너무 멀리까지 길게 늘어섰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번 분양 경쟁률이 지난 20여년간 최고로,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이양될 때 나타났던 부동산 이상 열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는 홍콩이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고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이례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많은 투자자가 홍콩의 부동산 시장이 여러 악재 속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홍콩의 주택시장은 거의 흔들림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주택 가격은 민주화 시위가 일어나기 전인 지난해 5월 정점을 찍었을 때보다 불과 4%만 떨어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극심한 땅 부족과 저이율로 집을 사려는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 시장은 월세가 다소 하락했고 주택 거래도 예년보다 줄어들었지만, 주택가격은 집을 사겠다는 수요층이 두터워 별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를 인용, 홍콩의 주택 가격이 향후 2∼3년 사이 5%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