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상가 건물 화재…고시원 주인이 대형 참사 막았다

고시원에 있던 학생 등 34명 대피 유도, "당연히 해야 할 일"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하늘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
19일 오전 고시원이 있는 전북 군산의 한 상가건물에서 불이 났으나 건물주의 신속한 대처로 큰 피해를 막았다.

자칫 대규모 인명피해로 번질 수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건물주 부부는 고시원 방을 일일이 돌며 대피를 유도하는 등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19일 전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37분께 군산시 미룡동 한 상가건물 3층 PC방에서 불이 났다.

이 건물 4∼5층에 있는 고시원을 운영하는 윤모(62)씨 부부는 무언가 타는 듯한 냄새가 나는 것을 알아채고 주변을 샅샅이 훑었다.

고시원 내부에서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윤씨는 냄새를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윤씨는 얼마 전부터 휴업 중인 PC방 쪽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확인하고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윤씨 아내는 황급히 고시원 방문을 두드리며 "불이 났으니 얼른 나가야 한다"고 투숙객 대피를 유도했다.

평소였으면 모두가 잠든 시각이었지만, 이날은 대학교 중간고사 기간이어서 투숙객 대부분은 새벽까지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윤씨 부부의 다급한 외침에 투숙객 등 34명은 모두 방문을 빠져나와 건물 밖으로 무사히 대피했다.

연기를 마시는 등 다친 사람은 없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투숙객이 모두 빠져나온 것을 확인하고 2시간여 만에 불길을 완전히 잡았다.

이 불로 PC방 내부와 집기류 등이 소실돼 2천만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건물주인 윤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PC방이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려고 환풍기를 오래 틀어놔 과열된 것으로 보인다"며 "불이 다른 층까지 번지지 않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도 다치지 않은 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며 "크게 칭찬받을 일을 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불이 난 상점 관계자와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