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기술금융"…절반 이상이 기존 거래기업

은행들의 기술금융 대출 가운데 절반 이상이 기존 거래 기업에 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초기 창업 기업을 지원하려고 기술금융 제도가 도입됐으나 은행권이 양적 규모를 늘리는 데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은행연합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17개 시중은행의 기술금융 공급 규모는 245조3천506억원(올해 7월 말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말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금액이다.

그러나 기술금융의 양적 성장에도 질적 수준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17개 은행의 기술금융 대출 가운데 기존 거래 기업에 나간 대출 비중은 평균 56.7%로 나타났다.

이 비중이 98.8%에 달한 은행은 물론 비중이 70% 이상인 은행도 5곳이었다.

기술력만으로 담보나 보증 없이 신용대출이 나간 비중은 평균 30.4%에 그쳤다. 담보·보증 대출 비중은 증가세를 보였다.

2017년 말 63.9%를 시작으로 2018년 말 64.5%, 2019년 말 68.2%, 올해 7월 69.6%로 꾸준히 늘었다.

박 의원은 "시중은행들이 실적이 공개되는 양적 규모를 늘리는 데 급급해 무늬만 기술금융이라는 지적이 있다"며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창업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기술금융 평가 방식을 바꾸는 등 근본적인 제도 변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