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당선 가정한 월가의 3대 예상은 틀렸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시장이 돌변했습니다. 19일(미 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정한 부양책 협상 시한(20일)을 앞두고 타결 기대 속에 다우가 100포인트 이상 오르면서 출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펠로시 방안보다 더 큰 것을 원한다"고 했고, 상원의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대해서도 "2분 만에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습니다.하지만 오후 들어 시장은 미끌어지기 시작했고 펠로시 의장과 스티븐 므누신 장관과의 협상 시각(오후 3시)을 앞두고는 폭락세를 보였습니다. 워싱턴포스트가 "금세 타결될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보도한 탓입니다.

다우는 한 때 460포인트 넘게 급락했다가 결국 410.89포인트, 1.44% 하락한 채 마감했습니다. S&P 500 지수는 1.63%, 나스닥은 1.65% 떨어졌습니다.
다만 부양책 협상은 내일까지 이어집니다. 펠로시 의장측은 한 시간 동안 전화협상을 마친 뒤 양측 차이점을 일부 좁혔다며 20일에도 협상을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시장의 내러티브는 순식간에 바뀔 때가 많습니다. 특히 올해 현재처럼 대선, 코로나 재확산, 부양책 협상 등 수많은 불확실성과 맞부딪치고 있을 땐 더 그렇습니다.

월가는 10월 들어 바이든 압승 시나리오를 밀고 있습니다. 그러면 증시 상승, 소형주 강세, 약달러 등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신인 지난 18일 발표된 CBS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경합주인 위스콘신과 애리조나에서 바이든은 트럼프에 각각 51대 46, 50대 47로 앞서고 있습니다. 애리조나는 1950년대 이후 단 한번(빌 클린턴)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화당 후보가 승리했던 곳입니다. 또 오늘 나온 로이터의 펜실베이니아 조사에서도 바이든은 49대 45로 앞섭니다.
핵심은 코로나 사태입니다. 응답자들은 코로나 대응에서 트럼프보다 바이든을 크게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감염자수는 다시 급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의 표밭인 중부의 아이오와는 검사자의 50%가 감염자로 나타나고 있고 네바다, 사우스다코다 등도 30%를 넘을 정도로 무서운 상황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각 주별 판세를 분석해 바이든 후보가 확보할 가능성이 크거나 확실시되는 선거인단 합계는 226명으로 트럼프 대통령(125명)의 두 배에 가깝다고 보도했습니다.
‘2016년에도 여론조사에서 열세였던 트럼프 후보가 역전했다’며 여전히 트럼프 승리 가능성을 주장하는 측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지지율 흐름을 보면 트럼프는 확실히 2016년보다 처지고 있으며, 바이든은 2016년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비해 훨씬 높은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민주당이 상원까지 싹쓸이하면서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지배할 것이란 예상이 강합니다. 이른바 '블루 웨이브' 시나리오지요.

'블루 웨이브'가 나타나면 부양책 규모는 커질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민주당이 지배하는 하원에서 통과시킨 4차 부양책은 3조3000억 달러 규모였습니다. 현재 논의 중인 1조8800억~2조2000억 달러보다 훨씬 큽니다.

또 민주당은 인프라와 신재생에너지(그린뉴딜)에 많은 돈을 투입할 것이고 오바마케어 재건에도 힘을 기울일 것입니다. 이는 더 많은 예산 집행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쏟아질 달러가 경기를 회복시키고, 경기에 민감한 소형주, 가치주 강세를 일으킬 것이다. 물가는 오를 것이고, 달러는 약세로 갈 것이다'라는 게 월가 대다수 금융사가 예상하는 경로입니다.

골드만삭스가 대표적입니다. 얀 헤치우스 수석경제학자는 19일 고객 메모에서 "블루 웨이브가 발생하면 (모든 시나리오 가운데) 재정 지출이 가장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내년 1분기 2조500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 이어 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법안과 기후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것이고 오바마케어 확대, 세금 인상 등은 3분기에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바이든 후보는 법인세율 인상(21->28%),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증세로 거둬들일 돈은 10년간 2조4000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대신 바이든 후보는 향후 10년간 약 5조4000억 달러로 예상되는 추가 지출을 공약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늘어난 세수가 새로운 지출을 뒷받침할 것이란 점에서 더 많은 지출로 인한 경제 성장이 증세의 부정적 측면을 넘어설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월가 일부에선 이런 장밋빛 낙관론에 대한 비판도 나옵니다.
알파오메가 어드바이저스의 피터 체치니 창업자 겸 수석 전략가는 최근 이런 콘센서스를 "비논리적 내러티브"(Nonsense narrative)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논리가 빈약한 만큼 뉴욕 증시의 강세가 이어지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바이든 후보의 당선 가능성과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첫 번째 잘못된 콘센서스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130%를 웃돌기 때문에 어떤 대통령이라도 세율을 올릴 수밖에 없으며, 바이든이 집권하면 법인세율 인상 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지배하면 법인세율 인상폭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기업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대선 전 부양책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대선 결과가 박빙으로 나오고 불복 사태가 벌어질 경우 부양책은 몇 달간 지연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두 번째, ‘경기 회복으로 물가와 장기 금리가 오르면서 소형주, 경기민감주, 가치주 등이 수혜를 볼 것’이란 콘센서스도 틀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물가가 오르지 않고 있고, 장기 금리 상승은 국채가 대규모로 발행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로 분석했습니다. 경기 회복으로 물가가 상승해 금리가 따라 오르는 게 아니란 겁니다. 이에 따라 소형주 등이 강세를 보일 것이란 판단은 오류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좋은 인플레이션은 임금 상승 압력이 커질 때 나타나지만, 지금은 기껏해야 공급망 혼란으로 인한 나쁜 인플레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대부분 업종에서 2021년 예상 이익이 2019년에 비해 대기업은 비슷하고 소기업은 15% 정도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처럼 기업 수익 전망은 밝지 않고 신용 상태는 악화하고 있어 저금리 정책 만으로 주가를 떠받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세 번째, ‘막대한 재정 적자와 제로금리로 인해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것’이란 콘센서스도 틀렸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달러를 마구 찍어낼 정도로 좋지 않으면 세계 어느 나라가 과연 좋을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모델에 따르면 달러는 다른 선진국 통화 대비 소폭 저평가되어 있으며, 공정가치 하단은 달러인덱스 기준 현 수준인 93이므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적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구조적 달러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달러 프리미엄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체치니 분석가는 캔터피츠제럴드의 수석 글로벌 시장 전략가 출신입니다. 올해 꾸준히 "V자 반등은 없다"며 비관론을 주장해온 사람입니다.

체치니의 분석이 맞는다고 생각해 소개하는 게 아닙니다. 월가에선 여러 분석이 나오며, 상황에 따라 논리가 수시로 바뀝니다. 이런 시각도 있다는 걸 알아두는 게 더 나은 상황 판단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