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그만둔 아베, 8년 만에 일본양궁연맹 회장직 복귀

도쿄올림픽조직위 명예최고고문 등 2개 중요직책 맡아

지병을 이유로 물러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일본양궁연맹 회장직에 다시 취임하는 등 스포츠계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20일 일본 스포츠 전문매체인 '닛칸(日刊)스포츠' 보도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지난 1일부터 전(全)일본양궁연맹 회장직에 취임해 업무를 보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대학(세이케이大) 시절에 체육회 양궁클럽에서 4년간 활동했다.
그는 이날 자 닛칸스포츠에 실린 인터뷰에서 당시 경험에 대해 "모두가 제로(0)에서 시작할 수 있는 스포츠가 없을까 생각하던 차에 양궁을 만났다"며 끊임없이 연습해야 하는 양궁을 통해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필요한 인내심을 키우게 됐다고 회고했다.이어 정계 진출 후 그 경험 때문에 양궁연맹 회장직을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면서 "경기를 경험한 내가 회장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처음 총리가 되기 직전 해인 2005년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무대신(각료)은 공익법인 직책을 겸임할 수가 없어 1, 2차 집권기의 총리 재임 중에 회장직을 내놓은 상태로 있다가 이번에 약 8년 만에 양궁연맹 회장에 복귀하게 됐다는 것이다.

앞서 아베 전 총리는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의 명예최고고문으로도 위촉됐다.총리 재임 중에 당연직으로 올림픽 조직위 최고고문을 맡았지만, 그 자리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가 승계하면서 조직위 측 요청에 따라 명예 최고고문을 맡았다.

이에 따라 궤양성 대장염 재발을 이유로 지난달 16일 총리직에서 물러나자마자 스포츠 분야에서만 2개의 중요 직책을 갖게 됐다.
아베 전 총리는 이번 닛칸스포츠 인터뷰에서 "일본은 남녀 모두 (양궁 종목에) 유망한 선수가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내년 7월로 연기된 2020도쿄올림픽 양궁 종목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그는 "자국 개최라는 점에서 '홈의 메리트'(홈그라운드의 이점)가 있을지 모르지만, (선수들은) 동시에 큰 압박감도 느낀다"며 "압박감을 이겨내온 선수들인 만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닛칸스포츠는 "기댈 수 있는" 아베 회장이 2012 런던올림픽 이후로 메달 획득을 노리는 양궁 선수를 전력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아베 전 총리는 2012년 12월 2차 집권에 성공한 뒤 곧바로 2020도쿄올림픽 유치에 나서는 등 정치적 목적으로 스포츠를 잘 활용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는 2013년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의 2020올림픽 후보지 프레젠테이션에 직접 참여해 도쿄도(都)의 유치 작업을 지원했다.

또 올해 3월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7월 개막이 예정됐던 대회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없게 되자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의 담판을 통해 1년 연기를 성사시켰다.그러나 지병 때문에 내년 9월까지인 임기를 남겨 놓고 중도 퇴임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면서 일본의 행정 수반인 총리 자격으로는 연기된 도쿄올림픽 무대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