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바이오 간판스타의 '비극'

신라젠·코오롱티슈진 이어…헬릭스미스까지 추락

헬릭스미스 주가 연일 곤두박질
1년 반 만에 시총 10분의 1 토막
유상증자 실패 땐 관리종목 지정
상장폐지 수순으로 갈 수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헬릭스미스 주가가 연일 폭락 중이다. 매출은 늘지 않고 이상한 사모펀드 투자로 엄청난 손실을 입은 영향이다. 한때 국내 대표적 바이오주였지만 추락해 상장폐지 위기까지 몰린 기업 명단에 헬릭스미스도 포함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신라젠, 코오롱티슈진 등이 그랬다. 한때 신라젠은 코스닥 시가총액 1위였고, 헬릭스미스와 코오롱티슈진도 2, 4위까지 올랐다. 투자자들의 신뢰가 컸지만 서로 다른 사안으로 투자자들을 속인 의혹을 받고 있다. 투자자들의 막연한 기대와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 과도한 기업가치 부풀리기 등이 빚은 복합적 문제라는 지적이다.

헬릭스미스 시총, 10분의 1로

20일 헬릭스미스는 9.05% 내린 1만9600원에 마감했다. 전날 하한가(-29.92%)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도 급락세를 보였다. 시총은 5246억원까지 감소했다. 작년 3월 최고점(4조9815억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지난 16일 헬릭스미스는 2016년부터 5년간 사모펀드·사모사채 등 고위험 자산에 2643억원을 투자했다고 공시했다. 이 중 옵티멈 펀드 등에 투자한 400억원 이상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한 손실이 커져 추진 중인 286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불투명해졌다. 유상증자에 실패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기자본에 비해 손실이 2년 연속 과다하게 발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자금 조달의 길이 막히고, 부채 상환이 어려워져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유상증자가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다. 헬릭스미스의 작년 매출은 45억원 수준이었다.

소액주주들은 경영진이 투자자를 속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개발에 사용해야 할 자금을 위험자산에 투자한 것은 ‘사기’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한 소액주주는 “신약을 개발한다고 투자자금을 끌어모은 다음 부실 펀드에 투자한 것은 경영진의 배임”이라고 말했다.

신라젠·티슈진은 상폐 심사 중

신라젠과 코오롱티슈진은 상장폐지 여부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코스닥시장위원회는 다음달 4일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신라젠도 이르면 다음달 상장폐지 여부가 결론날 예정이다. 신라젠은 지난 5월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되면서 거래가 정지됐다. 같은 달 코오롱티슈진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보사’ 허가 취소를 이유로 거래가 정지됐다.

소액투자자들은 신라젠과 코오롱티슈진 사태도 신뢰의 문제로 보고 있다. 두 업체는 신약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신라젠은 경영진이 항암제 ‘펙사벡’의 임상 중단 사실을 미리 알고 주식을 매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은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를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연골세포’ 대신 ‘신장유래세포’ 성분으로 제조·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투자에는 막대한 위험이 수반되고, 이를 미리 알아채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투자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운용사나 벤처캐피털(VC)들도 회사마다 생명공학 분야 심사역 1~2명을 두고 있지만 업체들이 자료를 조작하면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심사역도 업체 측 자료에 의존해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돈방석’, 개미들은 피해

투자자들은 이들 회사 임직원들이 큰돈을 챙긴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신라젠의 경우 많은 임직원이 수십억원의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회사를 떠났다. 2018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임직원 4명은 50억~100억원에 달하는 보수를 챙겼다. 이들 대부분은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신라젠, 헬릭스미스, 코오롱티슈진 모두 임상 중단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도 ‘매수추천’ 보고서가 발표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이들 종목에 베팅한 투자자들의 행태도 지금의 사태를 키웠다”고 말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