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없는 추미애, '명 따른' 윤석열 향해 "당연한 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화상으로 열린 국무회의를 마치고 청사를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0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검찰총장이 태세를 전환해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따른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추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제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남부지검은 관련 수사팀을 확대 재편 강화하고 법무부 및 대검찰청 등 상부기관으로부터 독립하여 특별검사에 준하는 자세로 오로지 법과 양심,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하여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분발하라"면서 이같이 밝혔다.추 장관은 "법이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없이 동일한 기준과 잣대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면서 "이는 전현직 법무부 장관이나 정관계인사 관련사건 뿐만 아니라 검찰총장과 그 가족 ,검사비위 관련 사건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 구성원들은 흔들림없이 민생과 인권에 더욱 집중하여 달라"고 당부했다.

추 장관은 전날 윤 총장에게 서울남부지검의 '라임자산운용(라임) 사건' 수사와 서울중앙지검의 총장 가족 관련 수사를 지휘하지 말라고 지시했고, 윤 총장은 별다른 이의 없이 30분만에 이를 수용했다.윤 총장은 대검찰청 대변인실을 통해 "금일 법무부 조치에 의해 총장은 더 이상 라임 사건의 수사를 지휘할 수 없게 됐다"며 수용 입장을 밝혔다. 이어 “검찰의 책무를 엄중히 인식하고 대규모 펀드 사기를 저지른 세력과 이를 비호하는 세력 모두를 철저히 단죄함으로써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며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에 당부했다.
< 秋 “그냥 둘 수는 없지요”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1월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법무부 정책보좌관에게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1월 추 장관은 윤 총장이 검사장 인사 단행 전 인사에 대한 의견을 내라는 자신의 지시에 응하지 않았다며 “제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규탄한 바 있다.

추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선 조두현 법무부 정책보좌관에게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라는 메시지를 전송하는 모습도 포착돼 화제가 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발동에 "이렇게 강단 있고 속시원한 법무부 장관은 처음 본다"고 극찬했다.

'추다르크'라는 별명에서 암시하듯 추 장관의 소신있는 행보는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계속돼 왔다.

추 장관은 지난 15일 자신을 취재하기 위해 자신의 집앞에 대기하던 기자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찍어 올리며 "오늘 아침 아파트 현관 앞에 기자가 카메라를 들고 나타났다. 출근을 방해하므로 이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집에서 대기하며 일을 봐야겠다"고 편치 않은 심경을 내비쳤다.
추 장관은 애초 기자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된 사진을 올렸다가 논란이 되자 얼굴 부분에는 모자이크 처리했다.

이를 두고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사진기자협회는 추 장관을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서는 "이른바 언론인 '좌표 찍기'를 통해 국민의 알 권리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해당 기자는 관용차를 타고 출근하는 추 장관의 출근길 표정을 취재하기 위해 자택 앞에 대기하고 있었고, 추 장관이 말한 현관 앞 취재는 없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들 협회는 추 장관에게 언론의 취재를 제한하지 말 것과 '좌표 찍기'한 것에 공개로 사과하고 해당 글을 삭제할 것, '좌표 찍기'에 고통 받고 있는 해당 기자에게 직접 사과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추 장관은 이같은 사과요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을 여전히 공개 상태로 두고 있다.일각에서는 기자의 과도한 취재를 탓하는 목소리와 더불어 공인인 추 장관이 자신에 대한 언론 취재에 불편함을 드러내면서도 기자의 얼굴을 SNS에 공개적으로 올린 것은 이른바 '좌표찍기'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대검찰청 앞 윤석열 응원 화환 2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들이 놓여져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19일 라임자산운용 사건 등에 대해 윤 총장의 수사 개입을 막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뉴스1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