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 해외 특수'…효성티앤에스 매출 1조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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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시장 1위…러시아서도 돌풍러시아 1위 은행 스베르뱅크는 지난달 28일 회사 비전을 선포하는 비대면 행사에서 신개념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공개했다. 이날 선보인 ATM은 기존의 것과 많이 다르다. 현금 입출금뿐 아니라 택배 신청, 비행기 티켓 구매, 택시 호출, 영화 예약 등이 가능하다.
코로나로 비대면 금융 확산
거래 뜸했던 유럽서도 '불티'
스베르뱅크는 전사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나섰으며, 그 중심에 이 ATM이 있다고 강조했다. ATM은 효성티앤에스가 공급한다. 2022년까지 약 5만4000대를 수출한다. 효성티앤에스 관계자는 “러시아 등 해외 수주에 힘입어 올해 처음 매출 1조원을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ATM은 국내에선 ‘사양산업’이다. 시장이 더 커지지 않고 있다. 효성티앤에스는 일찍부터 해외로 눈을 돌렸다. 미국 러시아 인도 등에선 ATM 수요가 여전하다고 판단했다. 입금과 출금을 한 기계에서 동시에 할 수 있는 ‘환류 기술’을 내세웠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입금기와 출금기가 대부분 따로 있다. 돈을 찾을 때, 입금할 때 각각 다른 기계를 써야 한다. 효성티앤에스는 이 점을 파고들었다. 입금기, 출금기 두 대를 관리하느라 직원이 돈을 넣고 빼는 작업 시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환류기로 바꾸는 비용보다 인건비 절감 효과가 더 크다고 설득했다.
이 전략이 통했다. 미국에서 효성티앤에스의 환류기 수요가 폭발했다. 효성티앤에스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47%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ATM 1, 2위 회사인 디볼드와 NCR이 모두 미국 회사인데 정작 미국에선 3위인 효성티앤에스가 1등으로 올라섰다.효성티앤에스는 멕시코 정부가 올초부터 시골 지역에 ATM을 설치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취약계층에 주는 복지 지원금을 ATM에서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수주 물량은 8000대. 지금까지 약 1500대를 수출했다. 이 프로젝트를 마치면 멕시코에서 효성티앤에스의 시장 점유율은 15%로 커진다.
최근에는 첨단기술이 적용된 ATM이 잘 팔린다. 나이지리아에 수출한 지문인식 ATM이 대표적이다. 치안이 불안한 나이지리아는 비밀번호보다 보안성이 강한 지문인식을 사람들이 선호했다. 지문인식 ATM이 인기를 끌자 나이지리아 은행들이 앞다퉈 도입했다. 나이지리아 ATM 두 대 중 한 대는 효성티앤에스 제품일 정도다.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효성티앤에스에도 일부 부정적 영향을 줬다. 해외 영업이 어려워져 은행 관계자들을 만나는 게 쉽지 않았다. 미국 유럽 등 코로나19 환자가 많은 나라에선 은행들이 지점을 일부 폐쇄해 ATM 도입이 연기되거나 중단되기도 했다.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신규 주문이 늘었다. 코로나19 환자가 많은 유럽에선 기존에 효성티앤에스와 거래가 없었던 은행들이 잇따라 제품을 주문하고 있다.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입금기와 출금기를 하나의 기계인 환류기로 교체하는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이 덕분에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 증가했다.
효성티앤에스는 당분간 환류기로 교체하는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ATM은 약 320만 대로 추산되는데, 이 중 환류기는 28%인 90만 대에 불과하다. 이 기계들이 수명이 다하면 환류기로 상당수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