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출신 공학자' 이석희가 인텔사업 인수 총지휘

'빅딜' 어떻게 성사됐나

10년 근무…스완 CEO와 친분
수차례 만나며 계약 성사 이끌어

李 "D램·낸드 양날개로 비상
기업가치 100조로 만들겠다"
“인텔 출신 공학자가 인텔을 인수했다.”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낸드) 사업부문 인수의 주역으로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CEO·사진)이 꼽힌다. 이 사장은 2013년 SK하이닉스 합류 직전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에서 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했던 공학자지만, 2000~2010년엔 미국 인텔에서 ‘최고의 공정 전문가’로 통했던 정통 ‘인텔맨’이기도 하다. 산업계에선 인텔과 반도체산업에 대해 누구보다 깊게 이해하고 있는 이 사장의 결단이 이번 빅딜이 성사된 배경이란 평가가 나온다.2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SSD(데이터저장장치) 사업 부문 인수 검토를 시작한 건 지난해 초부터다. ‘사업 효율성’을 앞세우는 로버트 스완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낸드·SSD 사업 부문 매각을 고민 중이란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인텔은 최근 7㎚(나노미터, 1㎚=10억분의 1m) 미세공정 진입 실패, CPU 경쟁자 AMD의 거센 도전으로 ‘선택과 집중’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었다.

1년 넘게 진행된 인수 추진 과정을 주도한 인물로 이 사장이 꼽힌다. 이 사장은 인텔 근무 당시 맺은 스완 CEO와의 친분을 활용해 깊은 수준의 대화를 이어왔다. 이 사장은 지난해 스완 CEO를 만나 ‘낸드 매각 계약이 양사에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점’에 대해 교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자 수차례 화상 회의를 통해 계약 세부 조건 등을 조율했다. 이 사장은 이날 계약 체결 이후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SK하이닉스 37년 역사에 기록될 매우 뜻깊은 날”이라며 “D램과 낸드 양날개로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도약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인텔의 기술과 생산능력을 접목해 고부가가치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