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알못] 260만원 몽클레어 패딩이 옆 동으로 배달됐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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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택배 오배송이나 분실, 지연 등 각종 소비자 피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아내 생일선물로 약 260만 원 상당의 몽클레어 패딩을 주문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은 사연이 최근 화제가 됐다.주문자 A 씨는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고 확인해 봤지만 찾을 수 없어 택배기사에게 문의했다.
택배기사는 집 앞에 배송을 완료했다고 답했다.
고객센터에 이 같은 사실을 접수시키고 택배기사에게 CCTV 동선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알고보니 택배기사가 실수로 같은 아파트 옆 동 같은 호수에 배송한 것으로 확인됐다.택배기사는 오배송된 집으로 택배를 찾으러 갔다.
이후 A 씨가 택배기사를 통해 들은 상황은 상당히 난감했다.
옆 동 주민 B 씨는 잘못 배달된 택배의 포장을 뜯어서 이미 패딩을 몇 번 입은 상태였다는 것. A 씨가 "왜 남의 옷을 입었느냐"고 항의하자 B 씨는 "선물 온 건 줄 알았다"면서 이미 정품 박스와 보증서 등은 모두 버렸고 쇼핑백에 넣어서 돌려주면 되지 않겠냐고 하는 상황이다.
아내에게 누군가 이미 입은 옷을 선물할 수도 없었던 A 씨는 B 씨에게 "구매가보다 좀 저렴하게 판매할 테니 사는 건 어떠냐"고 제안해 봤지만 B 씨는 이를 거절했다.
A 씨는 "남의 이름과 다른 집 동 호수가 적혀있는 걸 뻔히 알았을 텐데 비싼 의류니 입고 모른체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문을 구했다.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김가헌 변호사는 "포장박스에 타인의 주소, 성명이 표시되어 있고, 물건이 매우 고가라 선물로 주고받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본인의 물건이 아님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절도죄에 해당할 듯 싶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고가의 의류긴 하지만, 상대방이 몇 번 입었다고 사용 가치가 크게 훼손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도 "타인 물건을 사용한 사람과 택배회사 모두 민사적으로는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옷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면 재산상 손해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하고 고가의 의류의 포장이나 보증서가 없어진 것에 대해 정신적 손해가 일부 인정될 듯하다"고 덧붙였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형사적 책임으로는 타인에게 온 줄 알고도 입었다면 '절도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승 연구위원은 "배달지 주소를 보면 자신에게 배달된 물건이 아닌 걸 알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논리칙과 경험칙에 부합한다"면서 "선물로 알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택배 물건은 그 운송 이력 등을 확인할 수 있어 현재 택배 물건을 현실적으로 점유하지 않더라도 그 점유를 인정할 수 있다"면서 "점유를 상실하면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하지만 이 경우는 점유가 인정돼 절도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사건에서는 형사책임 외에 민사적 책임도 뒤따른다.
승 연구위원은 "택배회사를 대상으로 민법상 운송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면서 "다만 택배회사가 그 물품이 고가의 패딩이라는 점. 그리고 그 패딩의 가격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이 있지 않는 한 패딩 가격을 완전히 배상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옆 동 주민 또한 역시 적어도 패딩을 사용해서 얻은 이익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해야 하고 혹은 타인 물건임에도 알고도 사용했다는 점에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해 주어야 할 것이다"라며 "오배송 된 물건을 쉽게 생각하고 사용하는 경우 형민사상 법률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택배 관련 소비자상담과 피해 구제 신청은 매년 꾸준히 발생해 왔다. 최근 3년간 택배 관련 소비자상담 건수는 모두 3만480건이었는데, 이중 약 15.4%에 이르는 4680건이 9~10월에 접수됐다.
이중 물품 훼손이나 분실 피해 사례가 가장 잦은 만큼 배송 단계부터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지난 2017년부터 지난 8월까지 접수된 택배 관련 피해 구제 신청 사례 1015건을 살펴보면 파손·훼손이 40.6%(412건)으로 가장 많았고 분실이 37.6%(382건)로 뒤를 이었다.
택배사의 손해배상책임 기간의 경우 파손은 운송물을 수령한 날로부터 14일, 배송 지연은 운송물을 수령한 날로부터 1년이 지나면 소멸되므로 이 기간이 지나기 전에 연락해야 한다.
또 보상한도는 운송장에 기재된 금액 내로 정해져 있는 만큼 잊지 말고 기재해야 한다. 운송장에 따로 기재된 금액이 없다면 50만 원까지만 보상받을 수 있으므로, 고가품을 배송할 때는 반드시 금액을 기재해야 한다
배상 절차를 잘 알지 못하거나 어렵게 느껴진다면 공정위가 운영하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 전화·홈페이지, 또는 행복드림 열린소비자포털 앱·홈페이지를 통해 거래내역, 증빙서류 등을 갖추고 상담 또는 피해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도움말=김가헌 변호사,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법알못]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피해를 당한 사연을 다양한 독자들과 나누는 코너입니다. 사건의 구체적 사실과 정황 등에 따라 법규정 해석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답변은 일반적인 경우에 대한 변호사 소견으로, 답변과 관련하여 답변 변호사나 사업자의 법률적 책임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갑질이나 각종 범죄 등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고발하고픈 사연이 있다면 jebo@hankyung.com로 보내주세요. 아울러 특정인에 대한 비난과 욕설 등의 댓글은 명예훼손, 모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아내 생일선물로 약 260만 원 상당의 몽클레어 패딩을 주문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은 사연이 최근 화제가 됐다.주문자 A 씨는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고 확인해 봤지만 찾을 수 없어 택배기사에게 문의했다.
택배기사는 집 앞에 배송을 완료했다고 답했다.
고객센터에 이 같은 사실을 접수시키고 택배기사에게 CCTV 동선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알고보니 택배기사가 실수로 같은 아파트 옆 동 같은 호수에 배송한 것으로 확인됐다.택배기사는 오배송된 집으로 택배를 찾으러 갔다.
이후 A 씨가 택배기사를 통해 들은 상황은 상당히 난감했다.
옆 동 주민 B 씨는 잘못 배달된 택배의 포장을 뜯어서 이미 패딩을 몇 번 입은 상태였다는 것. A 씨가 "왜 남의 옷을 입었느냐"고 항의하자 B 씨는 "선물 온 건 줄 알았다"면서 이미 정품 박스와 보증서 등은 모두 버렸고 쇼핑백에 넣어서 돌려주면 되지 않겠냐고 하는 상황이다.
아내에게 누군가 이미 입은 옷을 선물할 수도 없었던 A 씨는 B 씨에게 "구매가보다 좀 저렴하게 판매할 테니 사는 건 어떠냐"고 제안해 봤지만 B 씨는 이를 거절했다.
A 씨는 "남의 이름과 다른 집 동 호수가 적혀있는 걸 뻔히 알았을 텐데 비싼 의류니 입고 모른체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문을 구했다.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 김가헌 변호사는 "포장박스에 타인의 주소, 성명이 표시되어 있고, 물건이 매우 고가라 선물로 주고받기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본인의 물건이 아님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절도죄에 해당할 듯 싶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고가의 의류긴 하지만, 상대방이 몇 번 입었다고 사용 가치가 크게 훼손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도 "타인 물건을 사용한 사람과 택배회사 모두 민사적으로는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옷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면 재산상 손해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하고 고가의 의류의 포장이나 보증서가 없어진 것에 대해 정신적 손해가 일부 인정될 듯하다"고 덧붙였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형사적 책임으로는 타인에게 온 줄 알고도 입었다면 '절도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승 연구위원은 "배달지 주소를 보면 자신에게 배달된 물건이 아닌 걸 알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논리칙과 경험칙에 부합한다"면서 "선물로 알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택배 물건은 그 운송 이력 등을 확인할 수 있어 현재 택배 물건을 현실적으로 점유하지 않더라도 그 점유를 인정할 수 있다"면서 "점유를 상실하면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하지만 이 경우는 점유가 인정돼 절도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사건에서는 형사책임 외에 민사적 책임도 뒤따른다.
승 연구위원은 "택배회사를 대상으로 민법상 운송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면서 "다만 택배회사가 그 물품이 고가의 패딩이라는 점. 그리고 그 패딩의 가격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이 있지 않는 한 패딩 가격을 완전히 배상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옆 동 주민 또한 역시 적어도 패딩을 사용해서 얻은 이익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해야 하고 혹은 타인 물건임에도 알고도 사용했다는 점에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해 주어야 할 것이다"라며 "오배송 된 물건을 쉽게 생각하고 사용하는 경우 형민사상 법률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국소비자원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택배 관련 소비자상담과 피해 구제 신청은 매년 꾸준히 발생해 왔다. 최근 3년간 택배 관련 소비자상담 건수는 모두 3만480건이었는데, 이중 약 15.4%에 이르는 4680건이 9~10월에 접수됐다.
이중 물품 훼손이나 분실 피해 사례가 가장 잦은 만큼 배송 단계부터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지난 2017년부터 지난 8월까지 접수된 택배 관련 피해 구제 신청 사례 1015건을 살펴보면 파손·훼손이 40.6%(412건)으로 가장 많았고 분실이 37.6%(382건)로 뒤를 이었다.
택배사의 손해배상책임 기간의 경우 파손은 운송물을 수령한 날로부터 14일, 배송 지연은 운송물을 수령한 날로부터 1년이 지나면 소멸되므로 이 기간이 지나기 전에 연락해야 한다.
또 보상한도는 운송장에 기재된 금액 내로 정해져 있는 만큼 잊지 말고 기재해야 한다. 운송장에 따로 기재된 금액이 없다면 50만 원까지만 보상받을 수 있으므로, 고가품을 배송할 때는 반드시 금액을 기재해야 한다
배상 절차를 잘 알지 못하거나 어렵게 느껴진다면 공정위가 운영하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 전화·홈페이지, 또는 행복드림 열린소비자포털 앱·홈페이지를 통해 거래내역, 증빙서류 등을 갖추고 상담 또는 피해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도움말=김가헌 변호사,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법알못]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피해를 당한 사연을 다양한 독자들과 나누는 코너입니다. 사건의 구체적 사실과 정황 등에 따라 법규정 해석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답변은 일반적인 경우에 대한 변호사 소견으로, 답변과 관련하여 답변 변호사나 사업자의 법률적 책임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갑질이나 각종 범죄 등으로 피해를 입었거나 고발하고픈 사연이 있다면 jebo@hankyung.com로 보내주세요. 아울러 특정인에 대한 비난과 욕설 등의 댓글은 명예훼손, 모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