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5G 콘텐츠 확대" vs 소비자 "5G 인프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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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혼합현실 콘텐츠'국내 이동통신사들이 5세대 통신(5G) 콘텐츠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5G 인프라 등 품질에 우선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5G 기지국 구축 미진한데 5G 유료 서비스 발굴?
이통사 미래 먹거리 '5G 콘텐츠'
21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실감 콘텐츠 제작 공간인 '점프스튜디오'를 서울 을지로 본사인 T타워로 확장 이전했다. 지난 4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실감 콘텐츠 제작에 나선데 이어 본격적인 5G 콘텐츠 사업 강화를 위해 스튜디오를 새단장한 것이다.이를 위해 아시아 최초로 MS의 '3D 볼류메트릭 비디오 캡처(Volumetric Video Capture)' 기술을 도입했다. 106대의 카메라가 초당 60프레임 촬영을 해 실감나는 3D(3차원) 홀로그램을 생성한다. SK텔레콤은 이곳에서 엔터테인먼트·스포츠·교육 등 다양한 실감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기존 서비스인 '점프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앱'에서 제공할 계획이다.LG유플러스도 최근 실감 콘텐츠 제작에 공을 들이고 있다. SK텔레콤 보다 앞선 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에 100㎡ 규모의 'U+AR스튜디오'를 선보이고 현재까지 2200여편의 증강현실(AR) 콘텐츠를 제작했다. 연내 경기도 일산에 제2의 스튜디오를 열 계획이다. 실감 콘텐츠 보급을 위해 지난 8월 중국 AR 안경 제조사 엔리얼과 함께 'U+ 리얼글래스'도 출시했다.
LG유플러스는 미국 반도체기업 퀄컴과 캐나다·일본·중국 등 각국 이통사와 함께 5G 콘텐츠 연합체 '글로벌 XR(확장현실) 얼라이언스'도 창립했다.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제작·제공할 콘텐츠를 정하고 XR 산업 육성에 나설 계획이다. 다음달에는 국제 우주 정거장(ISS)에서 촬영된 VR 영상을 공개할 예정이다.KT도 실감형 콘텐츠 분야 유명 스타트업을 육성하거나 제휴를 통해 교육·문화 등 분야에서 실감 콘텐츠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통사들이 실감 콘텐츠 산업을 확대하는 이유는 5G용 콘텐츠가 이통사들에 미래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집콕족'이 늘어난 데다 5G 이동통신 보급으로 소비자들이 실내에서 즐길만한 유료 5G 킬러 콘텐츠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기지국 구축 미진한데 5G 유료 서비스 발굴?
하지만 일각에선 아직 완전한 5G 인프라 조차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통사들이 5G 실감 콘텐츠 제작 등 수익모델 발굴에만 공을 들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5G 실감 콘텐츠는 빠른 데이터 전송이 핵심인데, 이를 즐길만한 통신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소비자 불편만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현재 5G 서비스는 상용화 1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기지국 구축이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기부로부터 제출받은 '시도별 5G 옥내 기지국 및 장치 구축현황'에 따르면 지난 7월11일 기준 전체 무선국 대비 실내 무선국 수는 전체의 2.9%에 불과했다. 전체 실내 무선국 3563개 중 1629개는 서울에 몰려 있었다. 건물 안의 커버리지를 담당하는 실내 기지국 설치가 미흡한 데다 수도권에 집중된 것이다.더구나 '진짜 5G' 서비스를 제공하는 28㎓ 주파수 대역 전국망 서비스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28㎓ 주파수를 이용한 5G 서비스는 전파의 파장이 짧아 전국망 서비스를 위해서는 건물마다 촘촘하게 5G 기지국과 중계기를 설치해야 해 최소 20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이통사들은 기업 간 서비스(B2B)용으로 우선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2022년 5G 전국망 구축을 목표로 한 단계 한 단계씩 절치를 밟아가고 있다"며 "현재 건물 사이사이 여러 기지국 장비를 촘촘히 설치해 소비자 체감 품질 향상에 취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