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통계청…15일에 전화해서 "25~31일 일했나요?"

통계청이 5년마다 벌이는 '인구주택총조사'가 시작됐지만 미래 상황을 묻는 질문이 있어 통계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벌어지지 않은 상황을 가정하고 응답을 해야하기 때문에 오차가 크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시작한 '2020 인구주택총조사'의 질문 중에는 '지난 일주일(10월 25∼31일) 동안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을 했나'라는 문항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부터 조사를 시작했지만 열흘 후의 상황을 물어본 것이다. '아동을 지난 일주일(10월 25∼31일) 동안 누가 어디에서 돌봤나'라는 문항도 마찬가지다.일용직 등으로 해당 기간에 일을 할지 여부를 확신할 수 없거나, 맞벌이 등의 이유로 같은 기간에 주 양육자가 누구일지 예측하기 어려운 부부 등에게는 부정확한 답변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유 의원의 지적이다.

인구주택총조사는 특정 시점에 인구·가구·주택에 관한 종합적인 정보를 파악하는 조사다. 5년에 한 번씩 국내 전체 가구의 20%를 대상으로 진행되기에 규모가 크다.

통계청 측은 "코로나19 상황으로 비대면조사를 늘리려다 보니 조사 시작을 앞당기며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해명했다. 원래는 11월1일부터 시작되는 조사라 전주의 상황을 묻는 질문으로 구성한 것인데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조사 기간을 앞당기면서 이같은 해프닝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통계청은 "내달 1일부터 본조사가 본격 시작되며, 앞서 응답한 사람은 전화를 걸면 수정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하지만 유 의원은 지난 21일 기준으로 이미 응답 대상자의 13.9%가 응답했고, 수정할 가능성도 낮아 통계오염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015년 통계청장으로서 이 조사를 이끌기도 했던 유 의원은 "비대면 조사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조사 시기를 내달 1일 이후로 해야 했다"며 "조사 대상 기간 이전에 응답을 받으며 오차를 자초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