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13명 사망…결국 CJ대한통운 대표 고개숙여 사과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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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희 대표 "책임 통감, 인력 4000명 투입할 것"최근 택배노동자 13명이 잇따라 사망하면서 택배 근로 현장의 열악한 환경과 처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사진)가 22일 직접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인력 투입에 매년 500억원 비용 지원
산재 보험 가입 추진…자동화 설치 규모 확대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 및 택배종사자 보호 종합대책도 내놨다. 4000여명의 분류 인력을 투입해 실질적인 작업 시간을 줄이고 근무 구조 개선에 속도를 높여 노동자들의 작업 강도를 완화한다는 게 골자다.CJ대한통운이 택배노동자 근무 현장에 대한 개선 의지를 나타낸 것은 고 김원종(48)씨가 숨진 지 2주 만이다.
박근희 대표 "책임지고 대책 실행하겠다"…산재 보험 가입 추진
박근희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 CJ대한통운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기사님들의 사망에 대해 회사를 맡고 있는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도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이어 "몇 마디 말로 책임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코로나로 물량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현장 상황을 세밀하게 챙기지 못했던 부분은 없었는지 되물으며 살피고 있다"고 덧붙였다.박근희 대표는 "저를 비롯한 CJ대한통운 경영진 모두는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면서 재발방지 대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모든 대책은 대표이사인 제가 책임지고 확실히 실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CJ대한통운이 이날 발표한 택배기사 및 택배종사자 보호 종합대책은 △작업시간 단축 방안 △선제적 산업재해 예방 대책 △작업강도 완화를 위한 구조 개선 △상생협력기금 조성 등의 내용을 담았다.우선 택배 현장에 분류지원인력 4000명을 내달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해 택배기사들의 작업 시간을 줄인다. 현재 택배노동자와 집배점에서 자발적으로 투입하고 있는 인력 1000여명을 포함한 인력 규모다. CJ대한통운은 이를 위해 매년 500억원의 추가 비용을 들인다는 방침이다.
정태영 CJ대한통운 택배부문장은 "분류 지원 문제는 택배 기사님들이 중심으로 구성했던 기본적인 틀을 택배사가 적극 나서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이해해 달라"며 "추가 인력 투입으로 택배기사가 받게 되는 배송 건당 수수료에는 영향을 주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 선택 근무제도를 도입해 지원 인력 투입으로 분류 업무에서 제외된 택배기사들이 오전 업무개시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초과물량 공유제 도입도 검토한다. 초과물량의 경우 택배기사 3~4명이 팀을 이뤄 물량을 부담케 함으로써 과로사 위험을 줄인다는 취지다.또 CJ대한통운은 올해 말까지 전체 집배점 대상으로 산재보험 가입 여부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내년 상반기 내 모든 택배기사가 가입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선제적인 산업재해 예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이후에도 산재보험 적용 예외신청 현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전국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하는 건강검진 주기는 내년부터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매년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뇌심혈관계 검사 항목도 추가해 노동자 과로사를 예방하기 위한 보다 실질적인 체계 마련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작업강도 완화를 위한 구조 개선에도 속도도 높인다. 현재 전국 서브터미널 181곳에 구축되어 있는 자동분류장치인 휠소터와 별개로 소형상품 전용분류장비 설치 규모를 2022년까지 100곳으로 확대한다.
CJ대한통운은 현장 자동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투자를 지속하면서 2022년까지 1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한다. 해당 기금은 택배노동자들의 긴급생계 지원, 업무 만족도 제고 등을 위해 사용될 계획이다.
CJ대한통운 측은 "위로금 등과 관련해 유가족과 협의하고 있다"며 "현장의 상황을 최대한 반영해 택배종사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구축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올해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노동자 사망자는 13명인데 이 중 CJ대한통운 소속 근로자는 총 6명으로 집계됐다.
글=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영상=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